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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룸메와 나

엄마와 나1

원인과 결과

by 윤준가



네 칸짜리 나무 서랍장은 안방 구석에 있었고, 안에는 자주 쓰지 않는 의류들이 들어 있었다. 그날도 나는 뭔가를 찾고 있었다. 털모자였던가, 장갑이었던가? 아니 겨울까지는 아니었을지도 몰라. 왜냐하면 그때 서랍장에서 엄청나게 큰 바퀴벌레를 보았기 때문이다.


“엄마!”

나는 소리를 질렀다.

“여기 바퀴벌레 있어!”


엄마는 늘 그렇듯 달려와 바퀴를 잡아주었다. 그런데 그날은 내가 운이 억세게 없었는지, 엄마는 손으로 바퀴를 냅다 내리쳤고, 크고 통통한 바퀴가 엄마의 손에서 짜부라지며 내장이 내 얼굴에 철퍼덕 튀었다. 얼굴이 튄 그것이 차가웠던가, 따듯했던가? 어쨌든 축축한 느낌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으아악!”

소리를 질렀다. 아니, 사실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내가 어떻게 소리를 질렀는지, 엄마도 놀랐는지, 바로 얼굴을 씻었는지, 어디에 가서 씻었는지....


단지 그 이후로 나는 바퀴벌레를 죽도록 싫어하게 되었다. 그리고 범위는 점점 넓어져 바퀴, 그리마, 집게벌레, 공벌레, 곱등이, 나방, 초파리 등등 모든 벌레들이 점점 더 끔찍해졌다. 그 통통한 배와 많은 다리, 배와 다리가 연결되는 부위의 복잡한 선들.... 벌레를 볼 때마다 크게 소리를 지르고 냅다 도망을 간다. 게다가 7년 전 라식수술을 한 뒤부터 눈이 좋아져 더욱 벌레가 잘 보인다.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최근 엄마한테 그날의 일을 말한 적이 있다.

“내가 손으로 바퀴를 잡았다고? 그거 이상한데."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그 바퀴 내장이 내 얼굴에 튀었다고! 그것 땜에 벌레공포증이 생겼단 말이야!”

"나 벌레 손으로 잘 안 잡는데. 이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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