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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룸메와 나

뭐 하는 분이세요

by 윤준가


이쯤되어 뜬금없이 우리 소개를 해본다.

나는 여성이고, 현재 직업은 15년차 출판 편집자다.

대학을 마친 뒤 바로 출판사에 들어가 몇 군데 회사를 거치며 7년을 보냈고, 8년 전부터는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했다. 주로 어떤 일을 하냐면 출판사들이 편집을 의뢰해 오면 책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어떤 때는 거의 완성된 원고에 교정 교열만 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저자를 찾아내고, 기획을 하고, 원고를 받아 책을 만들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도맡기도 한다.

돈은 좀 되냐고요? 일이 많을 땐 적당히 되지만, 일이 없거나 적을 땐 정말 손가락만 빨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아주 작은 나의 출판사를 꾸려나가고 있다. 독립출판을 하고 있는데, 현재는 개점휴업 상태로 한참 신간이 나오지 않았다. 외주 일감이 있으면 어디까지나 고객의 책을 먼저 작업하기 때문에 내 작업은 뒤로 밀리기 일쑤.


룸메는 남성이고, 직업은 음악가.

'음악가'라고 하면 그 범위가 아주 넓은데 요즘 흔히 쓰이는 말로는 '프로듀서', 이쪽 세계를 전혀 모르는 분들께 설명하는 말로는 '전자음악 작곡가' 정도가 되겠다. 악기를 연주하거나 샘플링이라는 기법을 이용해 곡을 만든다. 그렇게 만든 곡들을 모아서 앨범도 내고, 다른 음악가들과 협업하기도 하면서 이런저런 활동을 하고 있다. 벌이는 아주 적다. 그가 만드는 곡들은 소위 '비주류'라서 아는 이도 별로 없고 음반 판매량도 높지 않다. 좋아하는 사람들은 정말정말 좋아해주고 해외 뮤지션들의 러브콜도 심심치 않게 받는다. 하지만 그런 활동들도 딱히 돈으로 바뀌지는 않더라.


그러니까 우리는 둘 다 매우 불안정하고 동시에 바쁘며 또한 한가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이 무슨 소리없는 아우성 같은 말이람? 여튼 이런 프리랜서+프리랜서의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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