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게도 결혼을 하고부터 주변 사람들은 우리의 하루를 궁금해했다.
너넨 뭐 하고 지내? 요즘 밥 뭐 해 먹어? 몇 시에 일어나? 몇 시까지 일해? 저녁엔 뭐 해?
결혼 전에는 그런 질문을 들어본 적도 거의 없었다. 더욱이 나도 다른 사람들의 하루 일과가 특별히 궁금하지도 않았다.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한 거 아냐?
그런데 대답을 해나가다 보니, 그 질문들은 '프리랜서의 삶'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룸메도 나도 프리랜서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둘 다 직장에 다니거나, 둘 중 하나만 직장에 다니더라도 나머지 한 명이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 같이 일어나거나 같이 밥을 먹거나 하니까. 또는 둘 다 프리랜서여도 자녀가 있다면 아이의 스케줄이 많은 것을 좌우한다. 그제야 우리의 하루에 대한 이 궁금증에 대해 이해가 갔다. 사람들이 정말 궁금해하는 건, '하루의 시간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어떻게 살까?'였다.
우리의 경우를 말해보자면, 역시 다른 이들처럼 루틴이 있다.
일단 10시~11시쯤 기상. 좀 뒹굴거리다가 아침 겸 점심을 먹는다. (나는 그 사이에 일을 하는 날도 꽤 있다.) 밥을 먹으면서는 티브이를 본다. 밥을 다 먹고 티브이를 보거나 SNS를 하며 조금 더 쉬다가 일할 준비를 한다. 룸메는 집안 정리를 하고 나는 룸메와 내 것의 커피를 만든다. 우리는 각자 커피와 물을 들고 자신의 작업실로 간다. 룸메의 작업실은 집과 가까운 거리의 상가 구석에 있고, 나의 작업실은 우리 집 작은방이다.
각자 작업을 하다가 작업실 상가가 문을 닫는 밤 11시가 되면 룸메가 퇴근해 돌아온다. 그때 나도 일을 정리하고 저녁 겸 야식 먹을 준비를 한다. 최근에는 중간에 저녁 6-7시쯤 만나서 잠깐 산책을 하며 간식을 먹기도 한다. 밥을 먹고 나면 잘 준비를 한다. 그러나 밥을 먹고 바로 자면 속이 안 좋아지니까, 넷플릭스를 1-2시간 정도 보거나 SNS, 책을 보곤 한다. 그러고 나면 2-3시쯤 잠자리에 든다.
남들보다 한 템포 느릴 뿐, 일하는 시간도 자는 시간도 총량은 비슷하다. 일하는 시간이 좀 더 많을 때도 있는데 나는 중간에 산책을 나가기도 하고 저녁 9시쯤 운동은 가기도 하고 잠깐 우체국이나 도서관, 시장에 다녀오기도 한다. 아, 급한 일감 때문에 야근을 해야 할 때면 새벽 2시까지 일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뇌가 잠잠해질 때까지 잠이 안 와서, 새벽 4-6시까지 눈을 말똥거리고 있는 날도 있다. 어떨 때는 아침 일찍 연락해오는 갑님들 덕분에 9시에 깨 강제로 일을 하기도 한다. (여러분 프리랜서에게는 오후에 연락해 주세요. 아, 이메일은 언제 보내시든 상관 없습니다.)
프리랜서들도 각자의 루틴이 있고 또 거래처에 맞춰야 할 사정들이 있기 때문에 다른 이들의 짐작만큼 자유롭지는 못하다. 하지만 일단 멀리 출퇴근은 안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음 그리고 회식 없는 것도. 프리랜서 친구들은 다들 뭐 비슷하지 않나? (그러나 새벽에 일어나 바로 일하는 분도 많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