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회화

작업일지 마음일지

by SketchWalker

나의 회화는 발걸음이 쌓여가는 과정에서 출발한다. 화면 위에 남겨지는 흔적들은 하나의 단일한 결정이 아니라, 시간과 행위가 서로를 넘나들며 포개어지는 순간들의 기록이다. 나는 그 겹침 속에서 비로소 어떤 의미가 발생한다고 느낀다. 서로 다른 순간들이 서로에게 미묘하게 스며들며, 예기치 않은 관계를 만들어내는 지점, 그곳이 내가 회화를 계속하게 만드는 이유다.

'축적'은 단순한 덧셈이 아니다. 반복된 행위가 층위를 만들고, 그 층위들이 다시 새로운 관계를 불러일으키며 화면을 변화시킨다. 마치 서로의 무게를 건네며 쌓여가는 돌탑처럼, 각 겹은 이전의 흔적과 조용히 반응하고, 그 반응들이 또 다른 시간의 결을 만들어낸다.

무언가를 쌓는다는 것은 결국 시간을 다루는 일이다. 나는 한 화면 안에서 여러 겹의 시간을 시간을 기록한다. 빠르게 스쳐 지나간 감정의 떨림, 천천히 굳어가는 결심의 결, 반복되는 손의 리듬에서 생겨난 미세한 진동들까지, 그 모든 것이 서로에게 닿아 하나의 흐름을 이룬다.

그리하여 완성된 화면은 어느 한 순간의 결과물이 아니라, 축적된 시간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만들어낸 하나의 장소가 된다. 나의 회화는 그 장소를 구축해가는 과정이며, 그 과정 자체가 내가 계속 관찰하고 싶은 세계다.

발걸음 사이_72.7x90.9cm_oil on canvas_2025_1,500,000원.jpg 발걸음사이,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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