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러스틱 라이프 즐기기

by 준가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아침이 되었다.


Ruoka on valmista


만국 공통 아침을 여는 소리, 밥 먹어라에 눈을 떴다. 새벽 내내 이불 사이로 나온 내 발가락을 사냥하는 미우꾸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실컷 놀다 지친 미우꾸는 발밑에서 자고 있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1층으로 내려갔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8시 반, 오트로 만든 포리지와 빵, 커피를 아침으로 먹었다. 아침에 먹는 오트 포리지는 주로 블루베리를 곁들여먹는다. 아침을 먹고 있는데 창문 밖으로 늑대가 보였다.

늑대들이 창문 밖에서 사라지고 욘이 오늘은 약간의 미션이 있다고 했다. 그 일은 바로 동물들 밥 주기! 혹시 나는 동물농장에 와있는 걸까..


밥 주는 동물 대상은
1) 목장에 살고 있는 야생 고양이들과
2) 야생 사슴이다.


겨울로 길에서 먹을 것을 구하기 힘든 사슴들은 감자 껍질도 먹는단다. 집에서 요리하고 남은 깨끗한 감자 껍질들만 모아 지푸라기 더미 위에 주곤 한다. 이것이 바로 요즘 말하는 오가닉 러스틱 라이프인 것인가. 정 많은 시골집이다.

체험 오가닉 러스틱 라이프의 현장


길 고양이 밥 주고, 길 사슴 밥 주고, 집고양이 모래를 갈아주고 나니 해가 완전히 떴다..



겨울왕국에서 안나가 엘사를 깨울 때 이런 말을 한다.
"The sky is awake, so I'm awake, so we have to play"
틀린 말이 하나 없다.
해가 뜨면 나가 놀아야 한다. 해는 다 뜨자마자 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스키와 썰매를 챙겨 섬머 코티지로 향했다. 아무도 지나지 않은 깨끗한 눈길을 운전하며 나무 사이로 햇살이 비치니 신비로움이 느껴졌다. 마치 천국으로 가는 길목 같았다.

호숫가로 잠깐 내려갔다. 얼어붙은 호수가 만들어낸 절경이 보였다. 바람 없이 얼어붙어 있는 나무는 무척이나 고요했다.


섬머 코티지에서 할 일은 스키와 썰매 타기. 핀란드에서 타는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리조트에서 타는 스키와는 다르게 더 길고 평지에서 탈 수 있도록 얇은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엄청난 팔힘이 필요하다. 또는 스케이트를 타듯 다리를 저으면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스키를 벗고 경사진 곳까지 조금 더 가서 썰매를 탔다. 경사가 살짝만 나있는 길이라 스릴을 위해서는 서로를 밀어줘야 하는데, 어째 불안하더라니 욘이 나를 나무에 꽂고 말았다. 썰매 두 번만에 눈 샤워를 제대로 했다.

Snow shower for happy christmas


눈밭에서 실컷 놀고 나니 해가 지기 시작했다.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갈 시간!


사우나를 데우는 동안 잠깐 산책을 나섰다. 하늘이 유달리 맑고 별도 많이 보였다. 맨눈으로 이렇게 많은 별들을 본 게 언제더라. 날씨가 조금만 더 따뜻했다면 돗자리를 펴고 누웠을 텐데. 여름이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차차. 여름에는 해가 지지 않아서 별을 볼 수가 없구나.. 나중에는 만반의 준비를 한 후 누워서 별을 보겠다고 다짐했다. 아쉬운 대로 사진을 남기며 집으로 돌아갔다.



Sauna is ready!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사우나 세트를 언박싱 할 때다. 사우나에 선물 받은 깔개와 베개를 세팅하고 그대로 누웠다. 미우꾸가 왜 사우나에서 자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이렇게 누워있으면 한 시간도 하겠는걸!이라고 생각했으나, 무리는 금물, 핀란드 응급실은 상당히 비싸니까 건강을 소중히 아껴주어야 한다. 사우나를 마치고 나니 정말로 밤이 되었다.




다음날 아침, 먹이를 먹으러 온 사슴 무리가 나타났다. 핀란드의 사슴은 밤비가 아니고 무스였다.

실제로 보면 상당히 크다


26일은 Boxing day로 원래는 이날 선물을 푼다고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산타 눈앞에서 선물을 다 풀어버렸기 때문에 새로운 선물을 헌팅하러 가기로 했다. 왜냐면 26일은 애프터 크리스마스 빅세일이 있기 때문이다. 28일부터 시작될 라플란드 로드트립을 준비하러 갔다. 지금도 충분히 춥고 어둡지만 북극권에 위치해 있어 더욱 혹한의 지역인 라플란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두툼하고 따뜻한 모자가 필요했다.


쇼핑을 끝내고 나오니 역시나 해가 져있었다. 핀란드의 밤 하늘색은 아예 칠흑같이 검 다기보다는 검은색 사이로 다양한 색들이 보이는데, 주로 형광끼가 도는 핑크색과 주황색 그리고 약간의 보라색이 섞인 오묘한 색이 보인다. H&M 같은 북유럽 의류 브랜드들에서 가끔 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색들의 옷을 만드나 했더니, 그냥 이런 색 들이 평소에 잘 보여서 그런 것 같았다.


27일 탐페레 집으로 돌아왔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로드 트립을 위한 짐을 챙겼다. 탐페레에서 라플란드의 수도인 로바니에미까지는 720km 차로 약 9시간 정도 걸린다. 경치도 구경할 겸 고속도로 말고 일반 도로로 가보기로 결정했다. 1시간이 추가되었다. 새벽에 출발하기 위해 일찍 잠에 들었다. 이렇게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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