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의 나라에서 진짜 산타를 만났다

라플란드 로드트립 여행기 (2)

by 준가
"라플란드에 왔으면 산타마을 한 번쯤은 가줘야지!"
가벼운 마음으로 갔던 산타의 마을에서 감동을 만났다.


오늘은 산타마을, 순록 보기, 오로라 세 가지 도장깨기 중 산타마을에 가는 날! 가볍게 아침을 먹고 나섰다. 산타마을에는 북극권의 경계인 Artic circle도 있어 욘도 기대가 컸다. 아침부터 솔솔 눈이 내렸다. 사실 눈이 내리는 것인지 이미 쌓인 눈들이 바람에 흩날리는 것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았다.


로바니에미에서 차로 15분 정도 가면 산타마을이 도착한다. 버스로도 올 수 있다.

입구부터 어마어마한 기운이 느껴졌다.

IMG_0117.JPG 산타클로스 빌리지 정류장

산타마을에서는 산타의 오피스 구경뿐 아니라 허스키 썰매, 순록 썰매, 그냥 눈썰매, 등 다양한 액티비티가 있다. 순록 썰매는 다음날 농장을 방문할 것이니까 패스, 코시국인데도 사람들이 상당했다. 핀란드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산타 빌리지에 있는 게 아닐까라는 합리적 의심이 생겼다.


Artic circle을 찾기 위해 헤매다 이글루 호텔을 보았다. 욘이 섬머 코티지 수리할 때 이글루 달까? 물어보길래 너무 좋다고 했다! 과연 우리는 유리를 단 섬머 코티지를 완성시킬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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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 더 헤매다 드디어 Artic circle에 도착했다.

Artic circle은 여름에는 적어도 하루 해가 아예 지지 않고, 겨울에는 해가 아예 뜨지 않는 권역들을 의미한다. 정말 극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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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가 되니 관광객이 점점 늘었다. 산타 오피스에도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기다리는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코로나 걱정으로 인해 욘의 표정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 여기서 기다리자고 했다간 불안한 표정은 사라지지 않은 채 어쩔 수 없이 기다려주겠거니 싶어서 모레 코티지 가기 전 아침에 다시 올까 물어봤다. 욘의 표정이 밝아졌다. 세상... 알기가 쉽다.


그럼 금요일 9시에 땡 치자 마자 다시 오자는 다분히 한국인스러운 약속을 한채 짧은 산타마을 여행을 마쳤다. 진짜 산타는 못 보았지만 파제르 샵에서 산타 모형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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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977.JPG 가는 길에 순록도 보았다.


금요일, 다시 한 번 산타마을에 가기 위해 나섰다. 그리고 눈 덮인 차를 만났다. 하루 안 썼다고 이 정도는 좀 심잖아... 욘이 차에 쌓인 눈을 치울 테니 나에게 바닥에 있는 눈을 좀 치워 길을 만들어달라며 삽을 건네주었다. 이제야 깨달았다. 길가에 산더미 같이 쌓인 눈은 차주들이 나가기 위해 쌓인 눈들을 치워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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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559.JPG 삽으로 열심히 쌓았다.


산타의 출근시간에 맞춰 산타빌리지로 향했다. OPEN 사인을 보고 신나게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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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아침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기쁜 마음으로 성큼성큼 산타를 만나러 갔다.

오피스에 들어갔지만 산타가 없었다. 놀라기도 잠시, 산타의 요정이 우리를 맞이해주며 아직 산타가 출근하지 않았다며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아, 나는 이런 착실한 세계관에 약하다.

산타의 집무실


5분 후 산타가 집무실로 출근했다. 진짜 산타였다. 호호호 웃진 않았지만 영화에서 보던 산타할아버지 그 자체였다. 단전으로부터 끌어온 목소리로 헬로라고 인사를 건넸을 뿐인데, 감동이 밀려왔다. 평소 산타에 그렇게 환상은 없는 편이었는데 이게 웬걸. 나. 산타할아버지 좋아했다.


산타는 한국말도 할 줄 알았다. 한국으로 선물 배달을 온적이 있어서 아는 것이라고 했다. 촘촘한 스토리 빌드업을 직접 경험한 순간이었다. 짧은 인사를 나눈 후 산타는 사진을 찍으러 올라오라고 했다. 아쉽게도 개인 사진 촬영은 금지였고, 산타요정이 찍어주었다. 코로나로 인해 아크릴 가림판을 사이로 두고 산타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요정은 사진을 곧바로 인쇄한 후 보여주곤 구매할 것이냐고 물어보았다. 이것도 기념이라며 한 장을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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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오피스에서 나와 우편국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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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국에서는 크리스마스 메일을 보낼 수 있는데, 우편을 보내면 매년 크리스마스에 맞춰 도착하는 식이다. 2021 크리스마스는 지났으므로, 지금 우편을 보내면 2022 크리스마스에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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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국 옆에는 짐을 맡아주는 무민이 있다.

소품샵을 조금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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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산타마을도 운치 있고 좋아서 조금 더 둘러보기로 했다. 온 김에 Artic circle 한번 더 가보았다. 기프트샵들도 구경했다. 이딸라, 마리메꼬, 파제르, 무민의 나라답게 4개 숍이 모두 모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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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078.JPG 이딸라의 그릇들은 곡선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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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수비니어 샵
IMG_0636.JPG 나무 성냥갑

이틀에 걸친 산타마을 여행이 끝에 산타를 만났다. 다음번에 오는 날이 과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산타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어야겠다.


(여담) 산타마을에는 그릴 연어로 아주 유명한 맛집이 있다. 줄도 엄청 길었다. 아쉽게도 테이크아웃을 해주지는 않았다. 코로나 걱정 + 백신 패스로 이번에는 먹어보지 못했지만 나중에 다시 오면 꼭 먹자는 약속을 했다. 그 약속은 10년 넘게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돌아와서 들었다. 그때까지 망하지 않고 계속 있길 바라며. 산타마을 방문기를 마칩니다!

IMG_0105.JPG 언젠가는 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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