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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가 Feb 03. 2022

요가를 하다 보면

1년 차 요린이의 요가 찬양기

재택 기반으로 일을 시작하면서 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늘어지는 것 같아 아침에 요가를 시작했다. 요가원을 다니고 싶었지만 마스크 쓰면서 운동하기는 싫었고, 혼자 하기에는 의지가 박약해지기 마련이라 실시간 줌으로 들을 수 있는 온라인 요가를 신청했다.


2021 4월부터 시작한 요가는 생각보다 나와  맞아서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있다. 예전에는 빠르고 타깃 근육을 정확하게 자극하는 운동들을 즐겼는데, 요즘은 근육을 늘려주고 몸을 시원하게 풀어줄  있는 운동들이 좋아졌다.  밸런스도 엉망이고 근육도 타이트해서 따라가기 벅차지만, 일주일에  나를 돌봐주는 시간이 생긴  같아 요가하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와디즈 마감으로 밤을 새운 후, 아침 수업을 듣고 잔 날도 있었다.


단순히 늦잠 자는 것을 막아보고자 아침에 하는 요가를 시작했을 뿐인데, 삶을 대하는 자세에서도 변화가 찾아왔다. 매트 위에 올라 온전히 나를 바라보고 마주하게 되면서 스스로를 조금 더 온전하게 받아들이는 방법을 익히고 있다. 요가가 가져다준 생각의 변화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 조급함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


요가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호흡이라 어떤 지도자와 함께 수련을 하더라도 "깊은숨을 마시고 내쉬라"라고 한다. 자세를 취하고 호흡을 통해 숨을 끝까지 불어넣어 주어야 한다. 아프다고 동작을 빨리 풀려고 하면 사고가 나기 마련이다. 천천히 숨을 쉬며 몸이 열릴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한다. 숨을 쉴 수 있는 만큼까지 동작까지 한 후, 몸의 긴장을 풀고 깊은 호흡을 들이쉬다 보면 어느새 살짝 몸이 열려 더 깊은 동작에 닿을 수 있다.


5년 전 달리기를 하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급하게 스트레칭을 하던 중 오른쪽 엉덩이를 다친 적이 있다. 아직도 오래 걷거나, 무리를 하거나, 추운 날에는 다친 곳이 쑤시곤 한다. 순간의 조급함이 만들어 낸 부상은 회복하기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일상에서 만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조급해 충분히 판단하는 과정을 생략한 채로 선택을 하면 사고가 나기 마련이다. 마음이 조급해질 때는 천천히 마음의 긴장을 의식적으로 풀어보려고 한다.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한다는 것에 매몰되지 않도록 한 발짝 물러나 생각해보자. 충분히 숨을 쉬고 기다리다 보면 조금 더 유연해진 사고를 만날 수 있다.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해질지도 모른다.  




두 번째, 나의 소리를 온전하게 듣는 것.


요가를 하면서 척추를 곧게 펴고 정렬을 맞추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 자세를 내가 따라갈 수 있는지 스스로 아는 것 또한 중요하다. 내 몸의 감각은 오로지 나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내 동작과 정렬을 봐줄 수 있지만, 동작을 할 때 느껴지는 아픔은 볼 수 없다.


어떤 자세를 할 때 내가 한없이 편한지, 적당한 자극이 느껴지며 유지할 수 있는지, 아니면 너무 아픈 자극이 와서 더 이상 유지를 하면 안 되는 수준인지는 내 판단의 몫이다. 아픔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내 몸을 바라보는 데에는 많은 경험과 훈련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요가에서는 자세의 완성도로 초급자와 숙련자를 나누지 않고 본인의 몸상태를 바라볼 수 있는 수준에 따라 초급자와 숙련자를 나눈다고 하나 보다.


스스로를, 내 취향을 알아가는 것과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형상의 "좋아 보인다"가 아닌 하나를 온전히 경험하고 판단해보아야 한다는 것. 그게 정말 내 마음이 가는 방향인지, 내가 좋아하고 나를 기쁘게 만드는지에 대해 스스로 돌아보는 것이다. 취향 찾기의 초보자에서 숙련자로 넘어가는 과정도 요가와 같지 않을까. 더 많이 경험하고 그때마다 온전히 내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는 것.


결국 내가 나를 더 잘 알게 되는 과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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