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딴짓로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준가 Apr 27. 2022

생각이 많아지는 날엔 빈야사를 합니다.

요가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하타요가부터 시작해서 아쉬탕가, 빈야사 등 다양하고 화려한 이름의 요가들에 뭐를 해야 하는지 어리둥절 해지곤 했다. 막연하게 여기저기서 접했던 요가의 이미지는 다몸을 한없이 늘리고 물구나무를 서고 배배 꼬는 것들인 줄 알았는데. 세상에 이렇게 많은 종류의 요가가 있었단 말인가! 궁금해서 검색을 해봐도 개략적인 이야기들만 나올 뿐 진짜 뭐가 어떻게 다른지는 잘 몰랐는데, 직접 빈야샤, 하타요가, 인요가 세 가지를 수련하다 보니 이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무엇인지'는 알게 된 것 같다.


빈야사는 산스크리트어로 '흐르다'라는 뜻을 가진 요가로 물 흐르듯 동작이 흘러가는 것이 특징이다. 다른 요가에 비해 호흡이 머무르는 시간이 적은 대신 몸을 계속해서 움직여주며 많은 동작을 한다. 요가를 제대로 시작하기 전의 나는 홈트의 하나로 빈야사를 하기도 했었다. 한마디로 조금은 힘든 요가다. 땀도 많이 나고 근육도 많이 쓰이기 때문에 끝나고는 항상 다리가 달달 떨리기도 한다. 그래도 수련을 다 하고 나면 개운함과 뿌듯함이 동시에 밀려오는 매력이 있다.


빈야사의 기본은 수리야나마스카라이다. 수리야나마스카라를 하는 과정은 모든 생명체의 근원인 태양에게 경의와 존경을 바친다는 의미이며, 건강을 주관하는 수리야 신에게 매일 아침 올리는 기도라고도 한다.

구글에 검색해보면 이런 시퀀스 설명이 나온다.


기본 동작을 잠시 설명하면 선 자세로 정렬을 맞추고 나면 양손을 머리 위로 합장해서 몸을 쭉 편 후, 이마를 종아리 가까이 내려 숨을 뱉어야 하고, 척추를 피며 숨을 마시고 나면 다시 뱉으면서 두 팔로 땅을 짚고 두 다리를 뻗어야 한다. 두 다리를 뻗고 나면 중심을 약간 머리 쪽으로 두며 팔을 굽혀 내려가야 하고 상체가 올라왔다가 다시 척추를 피고 엉덩이를 뒤로, 위로 밀며 산 모양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두 다리를 다시 팔 쪽으로 가져와 상체를 한번 숙였다가 호흡하며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이것을 계속 반복한다.  어쩐지 어렸을 때 엄마를 따라 절에 가서 하던 108배와 어느 정도 닮아있는 느낌도 들었다.


몸이 힘들면 잡념이 사라진다고 했던가. 머리가 이래저래 복잡한 날이어도 허덕이며 빈야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생각이 비워지곤 한다. 이것이 빈야사를 '움직이는 명상'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끊임없이 다이내믹하게 연결되는 동작들과 호흡으로 나를 몰다보면 내 몸의 움직임을 신경 쓰는 것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상체를 숙여 들이쉬는 숨에 척추 펴고, 내쉬며 다시 내려갔다가 들이쉬는 숨에 다리를 뻗고 내쉬는 숨에 내려가다 보면 주변의 소리는 차단된 채 오로지 내 숨소리만이 내 몸으로 고스란히 들어온다.  


평소에 내 숨소리를 이렇게 들어볼 때가 있던가? 내가 숨을 이렇게 크게 쉬던가? 호흡소리에는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했던 '내'가 있다.


정신없이 일에 치이고 하루가 의미 없이 지나가버린 것 같은 날, 퇴근 후에도 두고 오지 못한 생각들에 마음이 무거워지고 머리가 지끈해질 때면 요가매트를 펴고 10분만 수리야나마스카라를 해보자. 호흡이 살짝 가빠지고, 몸에서 뭉근하게 열이 나기 시작하면 더 좋다. 호흡에 집중하며 동작을 해 나가다 보면 어느새 흐르는 동작 속에서 숨을 쉬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어쩐지 자꾸만 흘러가버리는 것만 같은 일상과 삶 속에서, 흐르는 동작을 통해 나를 확인하는 아이러니를 조금 더 느끼다 보면 빈야사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요가를 하다 보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