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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가 Mar 02. 2022

오늘은 딴짓 좀 할게요!

분명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잘하는 분야를 찾고 싶어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어쩐지 일을 하면 할수록 헷갈리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결과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 시간들로 에너지가 고갈되고,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것일까' 의심이 더해지는 순간 힘은 풀리고 주저 앉게 된다. 해야할 것도 아직 많은데 어쩐지 다음 걸음을 뗄 자신이 없다.


확신이 사라져버린 자리에는 불안한 마음이 들어 시도때도 없이 딴짓에 눈을 돌리게 만든다.

뭐부터 할지 우선순위를 세우는 것도 일이다. '이걸 익혀두면 우리 브랜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가야 할 방향을 잡지 못한채 마음 한켠에서는 얄팍한 합리화가 일렁인다.


문득 딴짓을 하는 이유를 생각해본다. 대체 이걸로 나는 뭘 하고 싶은걸까?

그저 불안한 마음이 만들어내는 도피성 행위일 뿐일까.

나는 이 딴짓들을 왜하고있는 걸까.


재밌잖아



큰 이유는 없었다. 그냥 재밌으니까. 소소한 딴짓은 나에게 즐거움과 에너지를 준다. 아무런 이유 없이 감탄이 나오는 나의 딴짓들. 결과가 좋던 말던 하는 자체로 즐거운 것들.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느라 고갈된 나의 에너지를 채워주는 소소한 행복들이다. 능력에 대한 의심과 결과에 대한 부담은 잠시 내려놓고 즐거운 행위들을 해보자. 내일 더 열심히 일하고 다음주에 더 힘을 내기 위해서는 오늘의 행복한 순간을 조금씩 채워 에너지 배터리를 만들어두어야 한다. 방전된 나를 채우는 경험들을 많이 가져야 언젠가 너무 지치고 쓰러질 것 같은 날이 왔을 때 버틸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만약에 이걸 지속하다보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어떤 형태인지도 찾을수 있지 않을까?



하고 싶은 마음이 들때는 언제나 앞에 '잘'이 따라붙었다. 그러나 뭐든지 잘해야겠다는 욕심은 조급함을 만들어 냈고, 완벽주의의 구렁텅이에 빠뜨리고 말았다. 과정도 즐거운 무언가를 찾고 싶다고 하고서는 앞에 붙은 그 한글자를 떼지 못해 이것저것 찔러보다가 결국 '나는 아무것도 좋아하는게 없나봐'라는 자조 섞인 한탄만을 내뱉고야 만다.   


더 가볍고 더 작게, 부담없이 딴짓으로 해보면 어떨까? 딴짓은 잘하지 않아도 되니까. 구슬이 서말이야 꿰어야 보배라는 말은 나만의 기준과 가치로 잘 엮어야 무엇이 만들어진다는 의미겠지만, 어쩌면 서말 정도의 작은 구슬 정도는 찾아야 내 의지대로 꿸 수 있다는 말도 되지 않을까?


좋아하는 일, 취향을 찾는 것은 두 번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 첫번째는 다양한 경험에 노출시켜 내가 어떤지 지켜보는 것이고, 두번째는 이를 회고하며 나에게 맞는 것인지 걸러내는 것이다.


나는 나의 구슬을 찾는 딴짓 타임을 주어보기로 했다. 딴짓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경험을 찾아보기로. 이 시도들에 애정과 시간을 계속 넣다보면 언젠가 취향이라는 바늘로 엮어볼 수 있지 않을까. 그 모양이 하나의 공이 될지, 그물처럼 넓게 퍼질지 그것도 아니라면 양말이나 장갑처럼 두개의 짝이되는 형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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