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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악설 Jul 04. 2019

이 시대의 지식인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


 신기하게도 내가 가는 회사마다 지식이 넘치는 직장 상사들이 꼭 있었다. 그 안에서도 두 부류로 구분되는데, 먼저 박학다식한 상사가 있다. 남들이 잘 모르는 분야에도 빠삭한 이들은, 직원들이 다소 어려운 주제를 갖고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어디선가 나타나 정확한 설명을 해준다. 하지만, 한 번 입을 열면 끝낼 생각을 안 한다.


 이들은 우리에게 팩트를 알려주려고 하지만, 우리는 굳이 행성 이름의 유래까지 알고 싶지는 않았다. 따라서 ‘진짜 팩트’는 ‘지금 설명을 듣고 있는 나는 몹시 피곤하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단순히 궁금해서 화두를 던졌을 뿐인데, 그가 다가오자 어느 순간 심오한 강연장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본인의 잡지식을 박학다식이라고 착각하는 상사가 있다. 이 부류도 마찬가지로, 직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어디선가 나타나긴 한다. 하지만 정확한 설명은 못하고 그저 아는 척만 한다. 그래도 박학다식한 상사는 가끔 도움이라도 되는데, 이들은 도움도 안 될뿐더러 짜증만 돋운다.


 이들의 아는 척에는, 아는 사람 많은 척도 포함돼있다. 가령, 이들 앞에서 조금 비싼 물건을 샀다고 말하면 이런 답변이 돌아온다.

“그걸 그 돈 주고 샀어? 내가 아는 사람한테 사지!”

휴대폰을 수리해야 돼서 서비스센터에 맡겼다 해도 역시 비슷한 말을 한다.

“너도 참, 내가 아는 사람한테 맡기지!”

아아, 이들은 정녕 지구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것인가.

잡지식 갖고 아는 척하는 것도 짜증 나는데, 아는 사람 많은 척하는 건 더 짜증 난다.

그냥 제가 알아서 하면 안 될까요?ㅠ


 결국 어떤 부류가 됐든, 둘 다 우릴 피곤하게 한다. 하지만 착한 우리는 마냥 웃으며 “아~그래요?” 하고 넘어가 주니 오늘도 상사님들은 멈추지 않고 달린다.


 요새 'TMI'라는 신조어가 있다. 'TMI'는 'Too Much Information'의 약자로 '너무 과한 정보',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정보'등으로 해석된다. 근데 직장 상사에게 “과장님, TMI입니다.”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계속 듣고 있자니 스트레스만 쌓이고…, 이 자릴 빌려서라도 말해야겠다.


 과장님. 응~ TMI~


 아는 것이 적은 자는 말하기를 좋아한다,

 아는 것이 많은 자는 대체로 침묵을 지킨다.

 - 루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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