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가르치고 쓰는 사람
최근 몇몇 수업은 참, 깊이 없지만 아이들이 재미있어 했다. 단편적인 글쓰기만 하고 싶지는 않은데 한글날 행사니까 좀 얄팍한 것으로 진행해봤다. 집에 있는 우리집 아이들 과자를 싹싹 긁어모아 가방에 넣었다. 보상없이 아이들이 열심히 해 주길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이다.
첫 시간은 한글날과 세종대왕으로 삼행시, 사행시를 지었다. 평소 시 쓰기를 좋아하는 A는 그날 몇 개를 썼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삼행시 장원은 새로 만난 B가 탔다.
한: 한시라도 너를 잊지 못하였다.
글: 글쎄다. 내가 왜 그럴까?
날: 날 탓하게 되오.
두번째 시간에는 자음 모음으로 나열하여 나름대로 이미지를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미적 감각이 없는 사람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몇몇 친구는 올~ 하는 친구들이 나왔고, 작품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그리고 자음과 모음만으로도 이렇게 예쁜 그림이 나온다는 게 다들 신기.
다음으로는 순우리말로 문장이나 글을 쓰거나, 간판이름을 지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순우리말은 명사, 부사, 형용사, 동사 등으로 정리해서 화면에 띄웠고 아이들은 마음에 드는 순우리말을 골라 작업했다.
어떤 친구는 순우리말을 넣어 A4 2장을 꽉꽉 채워 소설로 쓰기도 하고, 의미를 담아 간판 이름을 짓거나 한 두문장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리고 아이들의 모든 작품은 100점!
2시간을 열심히 공부하고 나니, 수업에 끝날 때 아이들이 박수를 친다. 기분이 좋다.
물론 오늘도 몇몇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엎드려 있거나 뒤로 나가 누워있거나, 상담선생님을 찾거나 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면서 밝아지고 예뻐진다.
다음주가 퇴원이라며 "선생님, 또 시 쓰면 안돼요?"하는 A에게 "선생님이 시를 못 쓰겠어ㅠㅠ"하고 하소연을 했다. 시의 감성이란 어쩌면 생기는 건지 정말 어렵다. 술술 시를 써 내는 아이들과 쉬는 시간에 이야기를 하면서 상상한다.
너의 감성이 내게도 흘러와 나도 시를 좋아하고 쓸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