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아름 Feb 28. 2023

책 표지가 나왔습니다.

면접은 떨어지고 책표지를 받고,

년에는 토론이나 논술, 한국어강사 자리가 나도 어물쩡거렸다. 책도 쓰고 바쁘기도 했지만 골라갈 수 있다는 교만에 가까운 자신감이 있었다. 한번도 떨어져본 적 없이 강사일을 하고 있었는데, 작년에는 서류, 면접모두 줄줄이 미끄러졌다.


그리고 올해는 시작되자마자 정신을 차리고 1월 내내 일했다. 가려할 처지가 아니었다. 그리고 2월부터는 버스 한번 타고 20분 내에 있는 거리의 학교들은 다 써 보기로 했다.


지난주 목요일 첫 면접. 긴장했을까? 아니면 내정되었을까? 2배수 면접에서 떨어졌다. 면접관 3분 중 한 분은 아예 얼굴도 안보고 서류만 보았다. 질문도 다른분이 시켜서 하나 물으셨는데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속 시원히 못했다. 그분의 달갑지 않은 눈빛에 쫄았던가.


수업을 정리한 책을 출간예정이라는 말에 면접관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 끄덕임이 반드시 합격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 자랑질에 그쳐 면접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사실. 떨어져보고 나니, 알겠다.


중요한 건 줄줄이 엮어대는 허상같은 스펙보다 진짜 수업을 아이들과 즐겁게 의미있게 잘 해낼 수 있는 그 사람의 열정, 전문성, 차별성이란걸.


나 다음 면접자에게는 그 면접관이 어떻게 했을까, 생각했다. 열도 뻗쳤지만 내정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위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남편은 아무리 내정이라도 내가 더 잘했으면 뒤집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잔인한 사람같으니라고. 늘 사실을 저렇게 평범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다음날,  표지가 도착했다.

마음에 들었고, 뿌듯하고 감사하고, 드디어 끝을 보는구나. 후련함.  


동시에 면접에도 도움되지 않는 이 책. 몇 개월동안 붙잡고 쓰고 기다렸던 이 것에 대한 미안하고도 허탈함. 너를 소중하게 지켜주지도 못했고, 수단으로도만 삼고 이득만 보려던 나 자신은 참 못났다고.

매거진의 이전글 버블탭에서 소설연재 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