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는 2학년. 초딩 2년째인 그는 또래답지 않게 굉장히 꼼꼼하고 준비성 넘치며 성실하다. 받아쓰기를 백점 받고 싶다며 집에서 몇 번씩 스스로 연습한다. 학교를 다녀오면 숙제부터 꺼내고 연필이 닳아졌는지 확인하고 준비물까지 챙긴다. 중요한 포인트는 스스로 알아서.
그렇다면 그의 학교생활 만족도는 어떨까? 슬프게도 마이너스의 마이너스다. 일요일 밤이 되면 다음날을 생각하며 세상 꺼질듯한 한숨을 쉬니까. 그리고 말한다.
엄마, 난 학교가 없어졌으면 좋겠어.
재미가, 하나도 없어.
그리고 아이의 공개수업. 나는 일을 빼고 참석했다. "엄마, 올 거지?" 하는 말에는 어떤 외면도 허용될 수 없었다. 엄마아빠들로 가득 찬 교실, 신이 난 아이들, 다소 경직된 선생님 표정. 오랜만에 보는 일반학교 풍경에 낯선 기시감. 그랬었지. 나도 아이였어. 그때.
공개수업 시작.
주제는 부모님을 기쁘시게 하는 방법.
동화를 읽어주는 영상이 10분. 동화 속 아이는 방을 어지르고 게임을 하는 등 부모님이 잔소리할만한 10가지 행동을 한다. 영상 후, 선생님은 이 영상에서 나오는 행동을 반대로 하면 부모님을 기쁘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많은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아이야. 너의 마음을 이제 이해할 수 있구나. 누구보다 넌 대안교육이 필요한 아이였던 거야.
무엇보다 바뀌지 않는 시스템의 문제인 걸 안다. 그렇다면 이 시스템 속 선생님들 또한 희생양이 아닌가.
아이들이 발표하는 시간은 좋았다. 신발정리를 하겠다, 침대에서 과자를 먹지 않겠다, 옹골찬 결심들로 또각또각 교실을 울리는 아이들의 목소리.
재미가 있지도 없지도 않은 2교시 국어시간.
공개수업에서 한 아이는 끝까지 발표하지 않았다. 반 인원 23명 중 22명의 학부모가 참석했는데 설마, 그 한 명이 그 아이일까? 하는 생각에 이 공개수업은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역겨운 뜨거움이 올라왔다. 의도하지 않았다 해도 우리 모두는 그 아이를 짓밟았다. 사과하기엔 너무 늦었다. 애초에 시작을 말았어야 했던 일.
수업 내내 나의 아이는 서운할 정도로 수업에만 집중한다. 다른 아이들은 엄마를 쳐다보느라 온 정신이 다른데 가 있는데 그는, 뒤돌아 엄마를 쳐다보지 않는다. 늘 그랬다. 이 아이는 그래야 한다고 말하면 곧이곧대로 해내는 아이였다. 아홉 살 생이 참으로 가련했다.
쉬는 시간에 아이를 안아주고, 아이는 그제야 아이가 된다. 교실 뒤 아이의 그림을 본다. 한 번도 사랑스럽지 않은 적이 없었던 이 아이는 엄마의 손을 잡고 교실을 친구들을 소개해준다.
곧이곧대로의 이 아이를 누구보다 빠른 시일 내에 구원해야 한다는 신호가 울린다. 견뎌내고 있는 시간 동안 이 아이는 마음속으로 수없이 학교를 무너뜨린다. 우리에게 가여워할 힘이 남아있다면, 주저 없이 지금 너를 탈출시켜야 한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