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무엇을 위하여?”라는 생각이 들곤 할 때 나는 글을 쓴다. 물론 올해는 그런 생각조차 할틈 없이 바빠 거의 무의식적으로 글을 썼다. 어쩌면 글이 아니라 그냥 삶이었다.
어제는 2024년 다이어리와 벽에 걸 달력을 주문했다. 다이어리는 파인애플 색깔이었는데, 뭔가 요즘 칙칙한 내 마음을 밝게 해 주고픈 주문같았다.
남편은 잘 쓰지도 않으면서 다이어리 말고 그냥 공책을 사라고 했지만, 핸드폰으로 블로그를 끄적이는 것과 이렇게 아이패드와 무선키보드로 타닥이는 것과 또 노트북으로 쓰는 글맛은 다르다며 굳이 다이어리를 샀다. 공책의 몇배가 되는 가격이지만, 지르고 싶었다.
글씨로 이미지를 꾸며보는 타이포셔너리는 몇 해전 아이들과 했던 작업인데, 이렇게 아이패드 사진첩에 남아있다. 지금 그 아이들은 대학에서 또 알바의 자리에서 꽤나 진지하게 살고 있는데, 가끔 만나면 너무 아가씨가 되어 깜짝깜짝 놀란다.
지금의 수업준비나 질에 비하면 그때의 나는 햇병아리였는데 그래도 아이들이 꽁냥꽁냥 수업을 즐겁게 들어주었다는 생각이 들어 고마웠다.
설거지를 하고 식탁에 앉아 내일의 수업준비를 한다. 연이은 수업과 숙제로 지친 아이들을 웃게 해 주고싶어서 보물찾기를 준비했는데, 미숙한 진행자라 재미지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편의점에 가서 새콤달콤과 2+1 키커를 사면서 골고루 분배되어야 할텐데 고민이 되고 또 쓸데없는 걱정속에 파묻힌다.
늘 좋은 사람이고 싶어 욕심을 내다 거절하지 하지 못하고 어제도 오늘도 웃는 척을 했다.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말캉한 정신력은 어쩌면 나에게 그리고 너에게 상처를 준것만 같다.
그래서 다시 솔직해지고, 머뭇거리지 않으려고 마음을 먹는다. 어정쩡한 나로 인해 우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그렇게 단단하고 아늑한 우리 사이가 되도록 너에게 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