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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름 Dec 07. 2023

시험이 끝나고, 티타임 피드백

대안학교에서 만난 나의 w

일본산 녹차와

독일 찻잔 3피스와

어울릴락말락 칸쵸까지.


우리의 티타임이 준비되었어요.

시작하자. 나의 W.


w는 나의 애지중지한 제자이자 편안한 친구같기도 한 어쩌다 마주친 운명같은 상대.


이렇게 수식어가 긴 이유는 그녀는 부캐가 다양하고, 그게 너무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대안학교 아이들이 다 독특하고 재미있긴 하지만, 그녀의 코드는 좀 취향저격.


W가 이렇게 친밀한 이유는 실은 따로 있다.

고1인 w은 혼자 반이어서, 일대일로 수업을 일년을 하다보니 서로에게 스며들어 버린 것.


문학을 사랑하는 w은 나에게 오히려 책과 영화를 추천하고, 내가 소개하는 책을 빌려 읽고 나누다 보니 국어수업이 진짜 문학수업이 되었다. 시험도 에세이형식으로 보았는데 시험지를 채점하며 이렇게 즐거운 적은 처음이었다. 시험보는 사람도 재미있었다고 하니, 세상에 이런일이!


중간시험이 끝나고, 시험피드백시간.

교사 워크샵때 제안으로 시험 후 아이들에게 개인적으로 시험과 수업, 그리고 앞으로 공부방향 등을 이야기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너무 좋은 생각이라 중간시험문제를 만들면서 어떻게 즐거운 피드백시간을 보낼까, 생각하다가 이렇게!


W와 5층 도서관으로 올라갔다.

생각보다 풍경이 좋아서 올~ 괜찮은데!


녹차는 남편의 친구가 일본에 사는데 이번에 한국에 오면서 아내가 녹차밭을 한다며 녹차를 선물을 줬다. 녹차를 조금은 좋아했는데, 지금까지 내가 마셨던 건 녹차가 아니었어… . 녹차를 우려내자 향이 퍼지고, 한 모금을 마시는데 이건 녹차밭에 와 있는 기분. 그런 느낌이 아니라 리얼이었다.


찻잔은 독일에서 앤틱장사를 할때 사 놓았던 것 중 하나. 더 화려한 꽃무늬찻잔도 많은데, 녹차에 어울리는 담쟁이그림이 있는 찻잔으로 오늘은 셀렉.


준쌤이 칸쵸는 안어울린다고 했지만, 뭐라도 있어야 할 것 같아 급히 집에서 가져왔다. 그래서 녹차를 마시며 w와 시험 피드백을 나눈다. 중간중간 수다도 너무 좋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편안한 소파였으면 더 좋았겠다고 욕심을 부리기도 하고.


올해는 깊이있는 문학나눔을 계속 했고, 내년에는 검정고시 100점과 수능준비가 남았는데, 비장한 각오로 우리는 해낼 것이라고 눈을 마주쳤다. 두 눈이 빛나는 순간 약간의 전율같은게 느껴졌다. 내 속에 들어온 이

강렬한 꿈틀거림이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다.


나는 칸쵸를 씹으며 녹차를 마셨다. 어울리지 않은 두 맛이 묘하게 섞이고 있었다.


w가 들꽃처럼 웃는다. 나도 웃는다.





*진짜 나답고 행복할 수 있는 대안학교, 이봄학교.

https://naver.me/xPvt4YF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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