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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름 Jan 15. 2024

03 웰컴투 대안학교

당신을 기다렸어요.

온종일 평화롭고, 조금 다르다고 해도 차별도 경계도 없는, 그냥 순수한 당신이어서 행복한

월켐투 동막골.


이곳이 그랬다. 내게.


대안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드는 신기한 기분은 내 이 일에 ‘선택당했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직업을 정할때 여러 기준을 두고 비교하며 이 일과 저 일 사이에서 고민한다면, 대안학교 교사는 무엇과 이것을 비교했다면 선택할 수 없는 직업군 중의 하나다.


우리는 어쩌다 이 소용돌이에 휘말려 세상과 다른 동막골에 들어와 버렸다. 그렇게 감자를 캐고 벌꿀을 따며 살아가는데 또 신기한 것은 불안정하고 가능성 없어 보이는 이 일에서 당사자들은 도대체 벗어나고 싶지 않단 것이다.


이러한 선생님들이 있는 이 마을에 아이들이 하나 둘 찾아오기 시작했다. 기가 막히게 아이들은 더 동막골스러웠다. 꽃을 단 여인도 있었고, 아비 잃은 소년도 있었으며, 팝콘비를 맞으며 덩실덩실 춤을 추는 아이도 있었다. 모두가 달라서 사랑스럽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기대되었다.


우리집 아이는 지극히 평범했다. 맥도날드와 브롤스타즈 게임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장난치길 즐기고, 공부하는 학원은 너무 싫다며 차라리 기타학원을 반년 다녔다. 가족간의 사이는 나름 괜찮아서 때때로 자전거를 타고, 주말에는 운동도 하고 여행도 갔다.


그런 아이가 중학교에 가면서 갑자기 말수가 적어지고, 묻는 말에도 잘 대답하지 않았다. 주눅 든 것처럼 표정이 어두워지고, 핸드폰을 볼때만 조금 환해 보였다. 나와 아이는 아무 일도 아닌 것에도 언성이 점점 높아졌고, 그러다보니 대화도 서서히 끊겼다. 사춘기가 온 것이라고 모두가 말했다. 그리고 그런 시기가 지나면 괜찮아질꺼라고. 누구나 그렇다고.


‘대안학교로 옮겨야겠다.’로 확실한 느낌표가 온 것이 그 즈음이었다. 사춘기가 오는 나이는 맞지만, 우리 아이가 지닌 그 ’아이다움‘을 잃어가는 것 같은 불안이 쾅, 느껴졌다. 이러다가는 우리 사이에 너무 큰 벽이 생겨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다. 적어도 대안학교 아이들은 주눅이 들거나, 솔직하지 못하거나, 다른 누군가와 벽을 치거나 하진 않으니까.


또 아이는 다른것보다 수업이 너무 재미없다고 했다. (영어와 과학 선생님도 한 학기에 두 세번씩 바뀌고, 급기야 담임선생님도 2학기때 바뀌었다) 그리고나니, 대안학교 수업들이 다시 보였다. 우리의 수업은 아이들이 즐거워하며 알 것들을 배워가는 진짜 수업인데!


2학기가 시작 될 무렵, 아이는 대안학교 유튜브에 올려진 학교의 일상과 행사, 여행을 담은 영상을 말없이 몇 시간째 보더니,


“엄마, 나 대안학교 갈래요.”


라고 말했다. 다시 반년이 지난 지금으로 와 이야기한다면, 아이들에게 분명 ‘사춘기’는 다가오지만, '아이다움'을 잃어가는 것은 사춘기가 아니라는 사실. 학교와 친구들과 말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이 힘들어 부모님과 점점 멀어지는 것을 우리 어른들은 ‘사춘기‘로 몰아세워 외면했던 것은 아닐까.


솔직하고 나다워질 수 있는 대안학교에는 사춘기 시절의 고민과 갈등은 있지만, 그것으로 인해 자신을 잃거나 주변 사람들과 등지지 않는다. 함께 바라보고 마음을 이야기하며, 해결점을 찾아간다. 그럴 수 있는 선생님과 부모님, 또 선배들이 있고, 그런 사람들 곁에서 아이는 흔들리지 않고 본연의 그를 찾아간다.


월켐투 대안학교.

당신을 기다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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