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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한국전력입니다.

그들이 말하는 더 큰 고객 만족

by 정아름

버스를 타고 가다가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안녕하십니까, 한국전력입니다.


010- 000- 0000 쓰시는 000 고객님 맞으십니까?

예.

전기를 이용하시는 데 불편함은 없으신지요?

예. 없습니다.

예, 그러십니까.

사실은 고객에게 더 큰 만족을 드리고자 설문조사를 실시하는데 참여해 주실 수 있나요?

예.

(사실 버스 기다리는 중이라 딱히 할 일도 없어 성심껏 하려 했다.)

예, ARS에 질문을 할 텐데요. 더 큰 고객 만족을 위해 '매우 만족'을 선택해 주십시오.

아,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제가 결정하는 것이지요.

아.... (예상치 못한 듯) 예, 세 가지 질문이 나올 텐데요..... 고객님들의 더 큰 서비스를 위해 '매우 만족'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예, 제가 들어보고 선택하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뚜.. 뚜..."


난 결국 설문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보였음에도 설문에 참여하지 못했다.

이유는 '이 사람은 '매우 만족'을 선택하지 않을 (말을 잘 듣지 않을) 가망성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일로 선거 때면 (혹은 시도 때도 없어) 증거로 제시되는 설문조사를 더욱 믿을 수 없게 되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이런 가짜 설문조사는 왜 시행하는가?


난 이 일로 내 신상을 한국전력이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말하는 '더 큰 고객 만족'을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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