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프로세스에 대한 고민2
앞선 글에서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방법으로 채용 브랜딩과 채용공고에 대해 적어보았다. 그렇다면 지원자가 정말 우수한 인재인지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니즈파악 - 직무파악 - 채용방법 (내부,외부,서치펌) - 서류전형(지원자관리) - 직무인터뷰 - 컬쳐인터뷰 - 조건 조율 - 채용확정 - 입사준비 -온보딩프로그램
대략 보통의 채용 프로세스가 위의 모습처럼 구성된다면 기업은 서류전형과 인터뷰 전형을 통해 지원자를 평가하게 된다. 물론 최근에는 기본적으로 입사 후에도 3개월의 수습평가 기간 혹은 인턴십 등을 통해 실제 업무능력과 조직 적응도를 평가하여 최종 선발을 확정 짓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보통 서류 전형과 두 번의 인터뷰를 통한 평가를 통해 지원자가 적합한 사람인가를 밝힐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류전형과 인터뷰 과정에서 지원자들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보통은 현업에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등의 서류를 검토하고 인적성 검사를 실시한다. 이후 직무 면접과 경영진(대표이사) 면접이 진행된다. 경영진 면접 전에 HR 담당자와의 면접과정이 추가되는 경우도 많다. 이 과정에서 어떻게 해야 직무역량 뿐만 아니라 인재상, 가치관, 일하는 방식 등이 우리 조직과 Fit한 인재인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서류전형
우선 기본적으로 자기소개서 질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단순히 성장과정, 지원동기를 묻기보다는 경험과 사례를 통해 지원자가 가진 역량과 가치관을 파악할 수 있는 질문을 해야한다. 이미 최근 많은 기업들은 자기소개서 문항을 이러한 형식으로 바꾸고 있다. 따라서 자소설 닷컴에 들어가서 몇몇 기업들의 자소서 질문 내용을 찾아보는 것만으로 많음 참고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은 인적성 검사인데,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여력이 된다면 실시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는 부분이지만 생각보다 활용도가 낮다고 느낀다. 인적성 검사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지원자의 인지능력과 성향을 확인하는 검사라고 생각한다. 지원자가 가진 성향이 우리 조직과 맞는 지, 직무 적합성이 뛰어난지, 조직 생활을 하는데 부적응자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로 활용하는 것 같은데.... 과거 경험을 돌이켜보면 인적성 검사를 투자하는 비용에 비하여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잠시 근무했던 두 기업 모두 같은 인적성 검사를 실시했었고, 지원자의 성향을 파악하는 인적성 검사였으나 활용도는 낮았다. 그래도 규모가 조금 더 큰 기업의 경우에는 교육 등에서 활용하고자 노력을 시도 중이었고 다른 곳도 활용도에 대한 고민은 있었으나, 오너 확인용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이유로 인적성 검사는 비용 대비 활용도가 낮았다. 그리고 사람의 성향이라는 것이 환경과 시간이 변화됨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이러한 것들을 고려해보았을 때 인적성 검사의 활용방안은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인적성 검사에 대한 주제는 나중에 한번 다시 따로 정리해볼 예정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인적성 검사 대신 직무역량 검사만을 실시하는 곳도 많이 있는 것 같다. 특히 IT/게임 기업들은 개발자 채용 시 코딩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마케팅, 디자이너 등 직무의 경우에도 직무 관련 과제를 추가적으로 실시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방법도 직무 역량을 확인하는 좋은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과제 결과물을 면접에서 활용하여 세부적으로 지원자의 능력을 검증할 수 있다. 다만 과제의 경우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해서는 안되며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지원자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과제여서는 안된다. 올해 국민은행 공채의 경우 서류 단계에서 지나치게 많은 사전과제를 지원자들에게 요구하여 '채용 갑질'로 많은 비판을 받아야했다. 과제를 요구할 시 이러한 부분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번외로 서류 지원과정에서 지원자의 일상(?) 혹은 주변인의 평판을 확인하기 위해 SNS 및 블로그 주소를 묻는 기업들도 간혹 존재하던데, 사실 이러한 방법이 지원자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방법 같기도한데... 지원자가 개인 브랜딩을 위한 채널을 따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면 자칫 지원자의 사생활 공개를 요구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문제의 소지가 있다.(개발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깃허브 혹은 기술 블로그 같은 것은 문제가 없을 듯하다.) 안그래도 며칠 전에 취업 공정성 및 객관성 확보를 위해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으로 이력서에 구직자 SNS 계정 기입 금지 문항을 새롭게 발의했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면접전형
개인적으로 지원자를 평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는 면접 전형이라고 생각한다. 대화를 주고 받으며 지원자의 가치관 태도 뿐만 아니라 직무 경험들을 물어보면서 지원자가 가진 직무스킬들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면접 과정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조화된 면접을 위해 많은 기업들에서 면접 평가표 혹은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무엇보다 면접과정에서 지원자의 역량을 잘 평가하기 위해서는 '면접관의 역량'이 중요하다. 면접 평가표니 체크리스트니 하는 것들이 있다하더라도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면접을 보조하는 도구일 뿐이다. 면접관의 역량이 출중하다면 이러한 것들은 없어도 된다고 생각한다.(물론 면접관 역량의 중요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이지 평가표가 필요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객관적이고 구조화된 면접을 위해서는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면접관의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과 훈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면접관 교육에서 단순히 질문 시 주의할 부분에 대해서만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뷰 스킬을 교육할 필요성이 있다. 평가자 오류들에 대해서 알려줘야하고 하다못해 BEI 인터뷰 방식이라도 정확히 교육을 해야한다. 면접 스킬에 대한 교육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면접관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리기는 커녕 이상한 질문으로 압박면접을 진행하여 회사의 이미지만 망치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면접의 퀄리티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면접이 끝나면 면접관 또한 평가하고 이를 데이터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까다로운 면접 과정으로 유명한 구글은 면접관이 지원자를 평가한 점수를 다른 리더들과 공유한다고 한다.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면접관들이 지원자를 평가한 평균 점수와 차이가 많이 나는 면접관은 면접관으로 참석할 기회를 줄이거나 재교육을 통해 개선하도록 노력한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장치나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 일할 당시 면접관이 작성한 평가지를 받아보면 대체 무엇을 평가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임원분이 한 분 있었다. 자신의 조직에서 일할 사람인데 본인은 전혀 관심없다는 듯 평가지에는 항상 성의없는 1~2 문장 적혀있는 것이 전부였었다. 이런 리더는 면접관으로 참석할 기회를 빼앗아야한다. 당시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임원과 함께 일하는 팀장님의 평가지는 그 임원분과는 확연하게 달랐었다는 것이다. 평가지에서 요구하는 답을 작성해주셨고, 추가적으로 왜 이러한 평가를 내렸는지 간략한 요약도 기재해주셨었다. 이 같은 경험을 하며 더 높은 지위를 갖고 있다고 면접관으로 반드시 참석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면접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며, 면접관으로서 역량과 자격이 없다면 재교육을 통해 개선하던지 아니면 면접관 자격을 박탈하고 다른 사람을 면접관으로 선발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또한 면접은 다양한 평가방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AI면접, 롤플레잉, PT면접, 토론면접 등을 운영하는 곳도 있고, 어느 기업은 이러한 면접기법을 묶어 공채과정에서 Accessment Center 운영하여 지원자의 역량을 심층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들며 평가 과정을 체계적으로 구성하지 못하면 안하는 것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한다. 과거에는 식사 면접, 합숙면접, 관상 등을 시도하는 기업들도 있었으며 심지어 술자리 면접도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이러한 면접 형태는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다양한 면접 방식이 존재하겠지만 면접의 본질은 대화를 통해 지원자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말을 잘하고 매력적인 인재를 뽑는 것이 아닌, 지원자의 직무 역량을 확인하고 가치관과 태도를 확인해야하는 자리여야만 한다. 특히 지원자가 가진 내재적 특성을 파악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KSA 중 A에 속하는 태도, 성향, 가치관 등의 내재적 특성은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를 파악하는데 힘을 써야하는 이유는 개인의 내재적 특성은 쉽게 변화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잠깐 동안 같이 일할 인재라면 직무 역량을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겠지만 오랫동안 함께 일할 사람을 뽑는 것이라면 반드시 내재적 특성을 평가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생각보다 조직에 한 사람이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그것이 부정적인 영향력이라면 더더욱 빠르고 쉽게 주변에 전파되기 때문이다.
조직에 적합한 우수한 지원자를 선발하는 길은 멀고도 험한 것 같다. 현업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빠르게 선발하고 싶은 마음은 현업 뿐만 아니라 채용담당자도 갖고 있을 것이다.(물론 현업의 고충만큼은 아닐 수 있겠지만...) 적합한 인재를 찾기 위해 조급함을 버리고 객관적으로 지원자를 평가할 수 있도록 돕고 설득하는 것도 채용 담당자의 역할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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