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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지 투자자

가장 짧은 클럽에, 가장 긴 시간을 배팅한다

by 언덕파

숏게임 연습을 할 때면 문득 떠오르는 조언이 있다. 2017년 청주 그랜드 CC. 보기 없이 버디 여섯 개로 생애 첫 언더파를 쳤던 해였다. 샷은 무난했고, 퍼팅도 안정적이었고, 전체적인 리듬도 편안했다. 특별하게 화려한 샷도, 그렇다고 말도 안 되는 어이없는 샷도 없던 날이었다. 깔끔한 스코어카드를 만들도록 도움을 준 K프로께서 내 숏게임을 조용히 바라보더니 한 마디 던진다.



“티박스에서 그린으로 갈수록, 더 신중해야 해"



내 숏게임이 여전히 불안해 보였던 모양이다. 말의 톤은 조용했지만, 그 의미는 강했다. 실제로 프로들의 경기를 보면 드라이버 티샷은 한치의 망설임 없이 루틴대로 때리고 곧장 페어웨이로 걷는다. 페어웨이 근처 어디쯤이면 된다는 식이다. 반면 그린이 가까워지면 프로들은 신중해진다. 스코어링 존이기 때문이다.

초보 골퍼는 대체로 드라이버 연습에 열중, 집중한다. 필드에 나가면 14번의 드라이버 티샷을 한다. 티오프 시간이 다가와 1번 홀 티잉 구역에 서면 어떤가. 티샷 순서를 정할 때도 1번 타자가 되길 주저한다. 자기도 모르게 주변을 의식하기 시작한다. 맥박수가 올라간다. 동반자들이 거리 한 번 보여달라고 농담을 하고 간밤에 연습해 온 감을 잊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한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온몸은 경직되고 만다. 게다가 살 떨리게도 티박스 주변 골퍼들 모두가 지켜본다. 캐디도 보고 뒷팀과 앞팀 골퍼들까지 갤러리처럼 지켜보기도 한다. 연습 스윙은 멋지게 하지만 정작 실제 샷은 엉망이 되고 만다. 그래서 긴장을 했든 실제 실력이든 자나 깨나 드라이버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맞는 말이다. 100개 타수를 깨려면 드라이버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숏게임 연습 투자자


그런데 어느 순간 드라이버가 일정해지면 아이언 연습에 몰두하게 된다. 여러 신상 아이언에 관심이 가고 남들은 어떤 클럽을 쓰는지 시선이 간다. 그런데 드라이버가 안정되는 시기(100개 이하), 이때가 중요하다. 이 지점부터는 웨지에 투자해야 한다. 숏게임 특히 웨지는 수학의 공식과도 같다. 아이언처럼 정확한 스윙보다는 공식처럼 외우면 여간해선 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그저 감으로 하거나, 그날의 컨디션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연습장에 가도 드라이버나 아이언 연습을 주로 한다. 웨지를 30분 이상 하는 사람을 거의 못 봤다. 나는 드라이버나 아이언을 연습하는 사람 보다 웨지 연습을 하는 사람의 스윙동작을 유심히 본다. 거리 조절을 어떻게 하는지, 스핀 컨트롤을 하는지, 짧은 어프로치를 어떤 스킬로 하는지 그 골퍼만의 특유의 동작을 관찰한다. 웨지를 일정하게 친다면 일단 그는 싱글이거나 고수일 확률이 높다. 나의 스승은 샌드웨지 연습을 많이 하라고 했었다. 그는 숏게임에 대해 이런 조언을 해준 적이 있다.



"쓰리쿼터 스윙으로 강하게 쳐야 하고 짧은 거리는 끊어뜨리듯 쳐야 할 때가 많고, 그린이 물렁거리지 않으면 평지 기준 7-8미터는 핀 보다 짧게 떨어뜨려야 한다"



로마로 웨지 56도


웨지 거리가 안나는 사람은 너무 부드럽게 쳐서일 경우가 많다. 팔로우를 생략하듯 쓰리쿼터로 강하게 치면 충분한 비거리가 난다. 56도로 최대 90미터는 보낼 수 있다. 골퍼마다 100미터 내외를 공략하는 노하우가 있을 텐데,

자주 라운드 해본 프로들의 공통점은 집중력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앞서 얘기했듯 그린에 가까워지는 스코어링 파트이기 때문이다. 싱글들의 드라이버와 아이언은 예상외로 평범하다. 대충 치는 느낌이다. 하지만 레귤레이션 온이 안 된 홀에서는 반드시 숏게임으로 커버한다. 강약 조절을 하는 것이다. 집중과 이완의 컨트롤.



보기 플레이어부터는 웨지에 공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맞는 웨지 선택도 중요하고, 웨지의 로프트 구성도 아이언 클럽과 조화롭게 구성해야 한다. 나는 50도, 56도, 60도를 갖고 다닌다. 주 무기는 로마로 56다. 가장 많이 페이스가 닳아 있는 클럽이자 가장 자주 그립을 바꾸는 클럽이다. 한 시간 연습을 하면 30분은 웨지연습을 한다. 몸 컨디션이 별로일 땐 한 시간 내내 웨지만 잡는다. 10m 단위로 타깃을 정해 거기에 떨어뜨리는 연습을 한다. 강하게 쳐서 스핀을 걸고, 스윙을 크게 해 부드럽게 띄워서 세우고, 경사면처럼 낮은 탄도의 샷도 연습해 보면 의외로 아이언 연습에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도 쳐보고 저렇게도 쳐본다. 물론 되는 날도 있고 안 되는 날도 있다. 그래도 공식처럼 외워서 친다. 56도 웨지로 여러 연습을 해보는 것이다. 이런 연습이 프로들이 얘기하는 '공을 다룰 줄 안다'는 것의 개념이다. 드라이버 거리 내는 법 알려달라는 골퍼는 많이 봤지만 웨지 어떻게 치냐고 묻는 골퍼는 자주 못 봤다.




연습은 뜨겁게, 실전은 차갑게



웨지 플레이가 좋으면 도미노처럼 아이언과 드라이버가 좋아진다. 심리적으로 편하게 티샷과 세컨드샷을 할 수가 있다. 연습장에 가면 최소 20분은 숏게임 연습에 '투자'해야 한다. 파3 연습장에 자주 갈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래야 코스에 가서도 주저함 없이 입력된 대로 공식처럼 담대히 샷을 해낼 수 있다. 증권계의 거목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제목처럼 웨지 투자도 마찬가지다.


연습은 뜨겁게 실전은 차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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