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 위,
누군가 장갑을 떨어뜨리고 갔다.
어떤 샷을 했는지는 몰라도,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는 느껴진다.
장갑은 샷을 기억하지 않는다.
그립을 쥔 손바닥의 땀,
조용히 미끄러진 클럽,
힘이 들어간 날의 구겨진 주름만 기억한다.
누군가는 장갑을 소모품이라 말하지만,
나는 하루의 감정을 담는 기록지라 생각한다.
닳고, 접히고, 벗겨진 그 표면에
골퍼가 얼마나 애썼는지가 남는다.
용을 썼던 순간
감을 잡은 순간
핀에 붙인 순간
볼을 잃은 순간
화가 나던 순간
물에 빠진 순간
그 모든 감정을 저장하고 장갑은 마지막까지 손등을 덮는다.
장갑을 벗기 전까진 게임은 끝나지 않는다.
장갑은, 골퍼의 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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