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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턴돔, 원마운트... 이 이름들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브랜드의 운명을 결정하는 네이밍의 순간들

by 언덕파

가끔 일산에 가면 반가운 이름들을 목격하곤 한다.

바로 일산의 명소 웨스턴돔과 원마운트다.

약속 장소로 가다가 이곳 근처를 지날 때면 마치 잘 성장한 어른을 보는 느낌이랄까.

나는 이 두 이름이 탄생하는 전 과정을 함께 했었다.

정확히는 브랜드 네이밍을 제안했고, 확정된 네이밍으로 광고까지 진행했었다.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그만큼 뿌듯한 기분이 든다.


WESTERN DOM, 왜 E가 빠졌을까


클라이언트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 유럽 여러 나라의 쇼핑몰로 답사를 떠나자고 제안했다.

해외 유명 쇼핑몰에서 인사이트를 함께 찾자는 것이었다.

베를린, 파리, 암스테르담, 런던…

우리는 한 달여 동안 해외 쇼핑몰을 걸으며 인사이트를 찾았다.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느끼고, 경험하고, 고민해야 했다.

한 달 여에 걸친 쇼핑몰 답사를 마친 후 클라이언트의 주문은 명확했다.

'단순히 해외 쇼핑몰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이 공간만의 정체성을 담아야 한다.'

그래서 몇 가지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단순한 쇼핑몰이 아니라, ‘도시 같은 공간’이 되어야 한다.

서구적인 감각을 강조하되,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네이밍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이곳을 부를 때 자연스럽게 ‘장소화’되는 느낌을 줘야 한다.


여러 단어를 조합하다가 문득 떠오른 단어는 Western과 Dome였다.
서구적(Western)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하면서도, 사람들이 모이는 중심(Dome) 같은 느낌을 주는 단어였다. 그렇게 태어난 이름이 웨스턴돔(WesternDome)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 나는 한 가지 결정을 했다. ‘Dome’에서 ‘e’를 빼기로 한 것. Dome은 원래 돔형 건축을 의미하지만, 'Dom'으로 줄이면 ‘Dominant(지배적인, 중심이 되는)’의 느낌도 담길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게 더 세련되게 보였다.

브랜드 슬로건은 "국내 최초 서구형 스트리트몰" 네이밍은 "웨스턴돔"

이제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알릴 신문광고 차례.

과제 역시 단순한 쇼핑몰 홍보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새로운 도시가 탄생한다'는 인식을 심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신문광고의 헤드라인도 과감하게 뽑았다.


"9시 뉴스감입니다!"(지금은 공중파 메인 뉴스가 7시, 8 시대지만)


이곳이 뉴스에 나올 만큼 중요한 사건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헤드라인 영향이었을까. 실제 방송국에서 웨스턴돔을 취재하러 왔던 기억이 난다.



OneMount, 가장 단순한 발견이 가장 강력한 네이밍이 된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 일산에 거대한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을 만든다는 계획.

'한 곳에서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콘셉트.. 이걸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수많은 네이밍 후보들이 나왔지만, 도무지 ‘이거다’ 싶은 느낌이 오지 않았다.

무슨 일이든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면 부자연스러운 법. 꽂히는 이름이 없었다.

회의실 벽을 별의별 이름들로 가득 붙여놓던 어느 날,

일산을 영어로 풀어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일 = One.
산 = Mountain

OneMountain


어라, 너무 단순한가? 함께 회의하던 아트디렉터도 어이없어했다. 그런데 이게 묘하게 끌렸다.

이름 자체로 '한 곳에서 모든 걸 즐길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일산'이라는 지역의 정체성이 깃들어 있었다. 일산의 자부심이 되고 일산을 대표하는 명소로 느끼게 하자는 의도였다.

왜냐하면 프로젝트 비딩의 심사위원들은 모두 고양시 공무원들이었기 때문이다.


최종 제안한 이름은 '원마운트 OneMount'


일산에 갈 때면 웨스턴돔과 원마운트에 들르곤 한다. 이름을 지어준 부모 같은 마음은 아니어도

꽤 반가운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다. 이름 하나가 공간의 운명을 바꾸기도 하고 크게는 도시를 바꿀 수도 있다. 요즘엔 시간이 나면 삼청동 골목길을 걷는다. 브랜딩이 잘된 공간들, 독특한 가게들, 감각적인 이름들.

가게 분위기와 찰떡같이 맞는 이름이 있고 비즈니스와 따로 노는 이름도 있다. 이름과 잘 어울리는 로고가 있고 그렇지 않은 로고도 보인다. 나는 '넷플릭스'처럼 소비자들이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직관적이고 분명한 이름을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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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의 구루 알 리스는 결국 브랜드는 이름일 뿐이다라고 했다.

나 역시 보잘것없는 이름 석자로 광고업계에 간신히 간판을 내걸고 있다.

브랜드도, 공간도 그리고 우리 자신도 결국 이름으로 기억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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