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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밝은밤 Aug 05. 2022

나의 바이크 이야기

Motobike the Beginning

2004 즈음..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꿈만 꾸던 바이크를 덜컥 질러버렸다.


당시 학생 신분이라 금전적으로 풍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 앞에 있던 바이크 가게에 가서 내가 가진 돈에 맞춰 바이크를 구입하였다.



나의 첫 바이크 대림 마그마


그렇게 처음 구입한 바이크~

당시 10년 정도 된 중고 125CC 마그마를 50만원 정도 주고 구입하였다.

사진에 보는 것과 같이 내가 가진 돈에 바이크를 맞췄기 때문에 취향이나 디자인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 의지대로 달려주는 바이크가 생겼다는 거 하나만으로도 잠을 설칠 정도로 기뻤다.


전 주인분이 나이가 좀 있으신 분이라고 했는데 바이크를 깔끔하게 관리하셔서 세월에 비해 엔진이랑 미션 상태가 매우 좋았다.


저 바이크로 정말 미친 듯이 돌아다닌 거 같다.


지금이야 바이크 성능과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어서 바이크로 장거리 투어 다니는 걸 별로 부담스러워하지 않지만 저 때 당시 10년 된 국산 125cc 바이크를 타고 강원도니 당진이니 막 돌아다니다 보면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그 바이크로 그렇게 달리다 길거리에서 퍼지면 어쩌려고 그러냐고 말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내 첫 바이크였던 마그마는 단 한 번도 문제 일으킨 적 없이 다시 되파는 날까지 너무나 잘 달려주었다.


비록 고장은 안 났지만 국산 125cc 답게 무게는 무겁고 출력은 낮다 보니 최고속도는 110킬로 정도가 한계였고 언덕길을 만나면 시속 60킬로를 넘기기 어려웠다.

어느덧 바이크에 익숙해지다 보니 슬슬 출력에 목이 마르기 시작했다.


저 바이크로 연습하여 2종 소형을 취득하고 나자 업그레이드에 대한 열망이 더욱 커지게 되었다.



나의 첫 시차 효성 코멧 250


그래서 없는 돈에 또 무리를 하여 당시 신형이었던 코멧 250을 지르게 되었다.


처음으로 산 새 차여서 정말 온갖 정성을 다 들여 관리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의미 없는데.. ㅋ)



LED도 달고, 사진은 남지 않았지만 거금을 들여 HID 헤드라이트도 달았다.

광을 내도 별로 티도 안 나는데 맨날 닦고, 광내고 난리도 아니었다.


코멧도 크게 문제 일으키지 않고 잘 달려주었지만 성능과 감성적인 측면에서는 좀 모자람이 많은 바이크였다.


뒷 타이어가 중국산 씽코 타이어로 기억하는데 이 타이어는 완전 극강의 내구성 세팅으로 돌덩이 같은 내구성에 그립력이 완전 최악이었다. 뒷브레이크 조금만 세게 잡으면 여지없이 뒷바퀴가 털리며 슬립이 났다. 아스팔트가 비에 젖어있으면 저속에서도 슬립이 났다. 마치 김연아가 스케이트 타고 빙판 위를 미끄러져 나가듯이 코멧 또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미끄러졌다.


웃긴 게 저 바이크 때문에 나의 라이딩 실력이 많이 늘었다.

맨날 뒷바퀴 털리는 바이크를 타다 보니, 브레이크 락걸려서 슬립이 나도 전혀 당황하지 않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이게 다행으로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ㅋ  


모든 쿼터급 바이크의 운명이 그렇듯이 몇 달도 안되어서 출력의 모자람으로 인해 기변병이 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온갖 유난을 다 떨며 애지중지하던 바이크였는데 그 사랑은 길들이기도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식어갔다.



내 운명의 바이크 혼다 X4


그러다 드디어 내 운명의 바이크를 만나게 된다.


내가 가장 사랑했던 바이크 혼다 X4!!!

이 바이크는 정말 지금은 나올 수 없는 미친 바이크이다.


1300CC 엔진에 90년대 당시 연비나 배기가스 규제는 상관 안 하고 그냥 출력을 위해 연료 마구 쏟아붓고 배기가스 막 뿜어내며 미친 듯이 달리는 바이크!


성인 남자를 텐덤 하고도 5단 출발이 가능할 정도로 넘치는 토크에 TCS, ABS와 같은 전자장비는 당연히 없고, 1단에서 5단까지 엔진 전 회전 영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토크를 순전히 라이더가 컨트롤해야 한다.


중량이 300kg이 넘는데 제로백은 3.1초로 이 거대한 몸집으로 100km/h 후반대까지는 레플리카와 비슷하게 튀어나간다.


이 느낌이 정말 사람 흥분시킨다.

경량화된 레플리카가 가볍게 튀어나가는 게 아니라 멧돼지 같이 크고 무거운 바이크가 온몸을 비틀어대며 관성을 힘으로 이겨내고 뛰쳐나가는 그 느낌이 정말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반면에 이 크고 무겁고 힘센 바이크를 아무런 전자장비의 도움 없이 단지 쓰로틀과 클러치 조작만으로 컨트롤해야 한다.


쓰로틀을 당기면 생각보다 강한 출력에 깜짝 놀라 쓰로틀을 놓게 된다. 놀라서 쓰로틀을 놓으면 엔진 브레이크가 걸려서 체중이 앞으로 쏟아진다. 과도한 엔진 브레이크를 완화시켜주는 백 토크 리미트 같은 전자장비는 없다~


이 바이크를 처음 타면 이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서 말 타듯이 앞뒤로 울컥울컥 하게 된다.


그렇게 바이크에 내려서 다리를 후들거리며

‘이 바이크 못 타겠어~’

이 바이크를 시승해본 대부분의 사람들의 반응이다.

 

순전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자동차의 경우 80년대가 터보와 슈퍼차져를 달면서 출력에 목숨 건 시절이라면 바이크는 90년대가 출력에 올인한 야만성이 살아있던 시절인 거 같다. 2000년대 되면서 ABS와 전자장비들이 보편화되면서 고성능 바이크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게 되었다. 출력과 스피드는 더욱 향상되었지만 지난 90년대 바이크와 같이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성은 사라졌다.



생긴 게 CB400이랑 비슷하게 생겨서 잘 모르는 사람들이 400cc냐고 종종 물어보기도 했다. ㅋ


이 바이크는 내가 가장 오래 소유한 바이크이기도 했고, 또 이 바이크를 통해 실력도 많이 늘기도 했다.


예전 코멧은 밸런스랑 타이어 그립이 엉망이라 슬립이 났는데 이 x4는 넘치는 토크가 주체가 안되어서 슬립이 났다.

(타이어도 고가의 미쉐린 타이어였는데도 그랬다)

매일 왕복하던 길을 코멧 250보다 빠르게 달리는데 1년이 넘게 걸렸다.


기름통이 작은데 연비는 9킬로가 안되어서 투어 중에 주유소만 보이면 들어가서 주유를 해야 했다. 또 부품값도 비싸서 유지비도 많이 들어갔다. 당시 대학원 졸업으로 인해 바쁘기도 했고, 세워만 둬도 돈이 많이 들었기에 나중에 다시 사면된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바이크를 팔아버리게 된다.


그렇게 2009년도에 잠시 바이크를 쉴 겸 X4를 팔아버린 이후 다른 바이크를 사려고 매물을 알아보던 와중에 어이없게도 RC 헬기를 시작하게 되면서 그렇게 바이크 라이프는 멈추게 되었다.

그리고 결혼까지 하게 되면서……

그렇게 잠시 쉬어가려던 바이크 라이프는 10년이 넘도록 복귀를 못하고 있다.


그때 X4를 팔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미련이 많이 남는 바이크이다.

(생각해보면 헬기도 몇 년간 완전히 빠져서 정신 못 차리긴 했다. 바이크 판 게 문제가 아닌 듯.. )



아쉬움이 남는 할리 데이비슨


잠시 스쳐갔던 바이크 중에 할리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지금 사진으로 남아있지는 않지만 캬뷰레타 마지막 버전인 883과 경찰 불하차를 개조한 일렉트라 글라이드를 잠시 탔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나이에 할리를 경험해본 게 오히려 독이 되지 않았나 싶다.


출력과 토크에 한창 빠져있던 피 끓는 나이에 달리는 멋과 고동을 느끼며 타는 할리데이비슨을 진정으로 즐기기엔 당시 내가 너무 어렸던 거 같다. 카뷰레타 버전 883과 일렉트라 글라이드를 경험한 이후에 무거운 차체에 낮은 출력 그리고 한 박자 느린 쓰로틀 반응으로 인해 할리는 나랑 맞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생겨버렸다.


이 잘못된 선입견으로 그동안 이 멋진 바이크를 버킷리스트에 제외시켜 놓고 살았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답답할 노릇이다.

출력과 속도를 모두 경험해보고 미련을 버리고 나니 이제야 풍경과 바람과 소리를 즐기며 달리는 멋을 알게 되었는데 다시 할리를 구입하려 하니 가격이 너무 올라버렸다. 가격은 둘째치고 인기기종은 사고 싶어도 물량이 없어서 못 사는 지경이다.


사람이 다 때가 있고..

소중한 건 지난 후에 알게 된다는데..

아마도 나에겐 할리가 그런 존재가 아닌가 싶다.


그때 좀 더 진득하게 타볼걸..


언젠간 할리를 다시 소유하게 될 그날을 기대해 본다.



바이크 투어와 남은 사진들


DSLR이 흔하지 않던 그 시절 우연히 카메라의 세계에도 빠지게 되었다.


2000년대 초반에 캐논 350D와 렌즈 3총사(50.8, 표준 줌, 망원렌즈)를 구입하여 백팩에 렌즈 3개, 삼각대, 보조배터리, DSLR을 둘러매고 출사를 핑계 삼아 바이크 타고 많이도 돌아다녔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카메라 사진사의 숙명으로 남들 사진 찍어주느라 정작 내 사진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그래도 하드를 대충 뒤져보니 예전에 찍어뒀던 사진이 몇몇 보인다. 보정해서 업로드한 사진들은 카페 폐쇄와 함께 모두 날아가버려서 무보정 원본밖에 남지 않았다.



바이크는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이기 때문에 카메라의 AF 능력을 많이 요구한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보급기 DSLR의 오토포커싱 속도가 빠르지 않아 바이크 사진을 찍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 사진들이 요즘의 시선으로 보기엔 특별할 것 없지만 당시에는 350D의 느린 AF를 이겨내고 겨우겨우 찍은 패닝샷이었다.



아쉽게도 수년간 열정을 불태웠던 바이크 동호회 카페가 지금은 사라졌다.


회원 중 누군가 사고를 당하게 되면서 뜸해지게 되고, 또한 많은 동호회가 겪는 일이듯이 남녀 간의 애정문제가 생기게 되면서 카페를 폐쇄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수많은 사진들이 날아가게 되었다.


당시에 사진 백업에 대한 개념이 크게 없어서 사진 보관을 다음 카페 업로드에 의존해 왔는데 폐쇄가 갑작스럽게 이뤄지면서 사진들을 다운받지 못하다 보니 지금 남은 사진이 거의 없다.


하지만 뭐 아쉬워할 필요 있겠는가!

지금부터 새로 추억을 만들어 가면 될 것을..


이제 다시 바이크 라이프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지금부터 함께 바이크의 세계로 출발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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