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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작가 Oct 04. 2020

깨진 마음의 조각들

그 날 이후 나는 '깨져버린 것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는 걸까' 하는 기대를 하며 조각들을 그대로 두었다.

시간을 되돌릴 방법이 없다는 걸 알지만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부서진 조각들은 나를 다치게 할 수도 있었다. 조심히 다닌다고 피해 다녀도 매번 주의를 기울인다는 건 불가능했으므로 나는 그 주변을 드나들다 결국 조각에 찔려 피가 났다.


그 순간 '진작 버렸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미련이 남아 그대로 두었다. 이후에도 같은 일들이 반복되었고, 그래도 난 여전히 그대로 두었다. 시간이 지나고 상처가 거듭되자 나는 정작 치워야 할 조각들은 그대로 둔 채 병원에 갔다.


'선생님, 여기에 상처가 나서 왔어요.'


그는 무엇 때문에 다쳤냐고 물었지만 나는 그에게 그저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부서진 조각에 대해, 그것을 치우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설명한들 그는 이해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짧은 대화 끝에 그가 상처를 덮을 만한 약과 진통제 몇 주분을 처방해주었다.


나는 무언가 큰 해결책을 얻은 것 마냥 집에 돌아와서는 처방받은 약 한 알을 물과 함께 삼켰다. 그러자 통증이 조금 가라앉았고 잠시 편안해졌다.


하지만 그건 잠깐이었을 뿐, 그날 이후 나는 다시 조각들에 찔리는 것을 반복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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