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사람들은 책을 읽을 때 대부분 소리내어 발음하면서 읽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래전 과거에는 책을 읽을 때 항상 문자를 소리내어 발음하면서 글을 읽었다고 한다. 당시에 문자는 발음 기호와 같은 것으로 여겨졌기에 묵독으로 글을 읽는 것이 오히려 더 어색한 일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는 묵독으로 글을 읽는다고 해도 때때로 내면으로 소리를 내면서 읽을 때가 있다. 입으로 발음하고 있지는 않지만 마음속으로 소리를 내듯이 글을 읽는 것은 마치 청각을 통해 글을 읽는 듯하다. 속독보다는 정독을 할 때 주로 그런데 의미를 곱씹어 보려고 할 때 안으로 소리를 내면서 읽는다.
이러한 사실로 보아 '읽는 사람이 결국엔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다고 하면 안으로 향하는 듯 보이나 사실은 읽는 동시에 내적으로 소리를 발산하고 있었던 것이니 무언가 뱉어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뱉어진 것들은 본인의 내면 세계에 여전히 갇혀 있으므로 말들이 쌓이고, 결국 책을 읽을수록 밖으로 내뱉어 보이고 싶은 욕구가 늘어나는 게 아닐까. 읽은 양이 쌓일수록 내면에 가득찬 소리가 흘러넘치면서 결국엔 쓰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