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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업가 정담 Aug 15. 2024

꿈만 같았던 투자유치

Chapter 1. Chasing the Big Break #1

2013년부턴가 국내에서 벤처기업이나 창업기업보다 스타트업이란 이름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벤처보다 신선하고 창업보다 세련된 이 이름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처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청바지 차림으로 책상에 걸터앉아 웃으면서 일하는 사무실 이미지는 마치 새로운 일의 형태가 나타난 것 같았다. 



우리가 지금도 사용하는 1세대 스타트업 서비스들이 성공하면서 여러 성공스토리도 쏟아져 나왔다. 어떤 스타트업이 얼마에 팔렸네 창업자가 얼마를 벌었네 하는 자극적인 기사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스타트업이 작고 반짝이는 무언가로 인식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드라마로 제작되면 갈데까지 간거다). 



국가자본과 민간자본도 이 시기에 스타트업 생태계로 쏟아져 들어오며 성공스토리는 점점 더 스스로를 불려나갔다. 저금리 시대의 투자대안이자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테마에 딱 들어맞으며 정부도 인심좋게 모태펀드규모를 늘려줬다.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스타트업들은 언제고 혜성처럼 버스광고로 우리를 찾아올 것만 같았다. 






2016년, 1년 여의 고민 끝에 회사를 창업한 나는 3년 간 스타트업이라기보단 개인사업가로 일했다. 2018년 3월까지 직장인으로 회사를 다니면서 투잡으로 현금흐름을 늘리는 것이 당시 내 목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8년 3월 본격적으로 내 회사를 운영할 대단한 결심을 세우고 회사에 사표를 쓰게 된다. 3년 간 테스트했던 프로토타입이 시장성이 있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서른 살때 '마흔이 되기 전에 내 회사를 만들어야지'했던 나는 어떻게 하면 사업가로 성공할 수 있을까 수시로 고민했다. 최초의 모델을 만들기까지도 1년 정도 고민을 거쳤기 때문에 나름 심지가 굳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나에게도 스타트업의 광풍은 매력적으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요즘 자기 돈으로 사업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대출은 어차피 갚아야하는 돈인데 투자를 받는게 낫지 않아?'

'내가 아는 친구는 이번에 VC(벤처캐피탈)한테서 50억을 받았다던데?'



기회란 잡아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던 나에게 이런 말들은 너무 달콤하게 들렸다. 로케이션 베이스의 사업을 전개하던 나에게 당시 1년에 2-3개 매장의 확장속도를 10배 이상 키워줄 정답이 투자인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투자규모가 마치 회사의 위상처럼, 얼마를 투자받았는지를 스타트업들이 경쟁하며 내세우던 시절이었다. 



'어쩌면 나도 투자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단언컨대 시간을 되돌린다면 나는 VC투자를 받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때는 저금리가 만들어낸 스타트업의 호황이라는 환경적 요인과 빨리 성공하고 싶다는 나의 탐욕이 맞물려 내 마인드는 이미 투자만이 정답이라고 결론짓고 있었다. 



그리고 순도 100%의 ENTJ이자 목표지향적인 성격이었던 나는 2019년 9월 시리즈A 투자를 pre money 100억 밸류(투자를 받기 전에 산정한 기업가치를 pre money value라 한다)로 투자를 성공시키게 된다. 당시 계좌에 찍힌 30억원이라는 돈은 잘 한 선택이었다는 확신을 가지기에 차고도 남았다. 보다 정확한 느낌으로는 그게 마치 정말 내 돈 같았다.    



그리고 기업의 본질이 아닌, 스타트업이라는 말이 만들어낸 신기루 속에 나 스스로 깊이 발을 담궜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이로부터 무려 4년 후이다. 난 좀 더 기업의 본질에 집중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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