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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업가 정담 Aug 24. 2024

월급 외 2백만 원을 더 벌다

 Chapter 2. The Ambitious Boy #5

서른다섯 살까지 1천만 원의 월소득을 만드는 목표를 정했다. 


서른 살 내 월급이 3백만 원이 좀 넘었으니 단기적으로 5백만 원 이상 소득을 높여야 했다. 주식과 채권 등을 다루는 증권회사에서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투자에는 소질이 없었던 나는 회사를 다니는 것 외에 다른 사이드잡을 함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미약했지만 결과적으로 자산증식을 통한 부의 창출보다는 현금흐름을 키우는 쪽으로 집중하기로 한 것 같다. 현금흐름이라는 개념에 집중했던 건 순전히 본능이었는데 나중에 알게 된 로버트 기요사키(Robert Kiyosaki)나 그랜트 카돈(Grant Cardone) 같은 거부들도 현금흐름을 강조했던 걸로 봐서 이 본능이 틀리진 않았던 것 같다. 


마침 친동생이 음악을 전공했던 터여서 '음악연습실'의 존재를 알게 됐다. 부동산을 살 돈은 없으니 임대를 해서 방을 쪼개고 방음공사를 한 후 다시 재임대하는 사업 형태로 운영되었다. 


나는 그 사업이 꽤 괜찮다고 판단했는데 세 가지 근거가 있었다. 


1) 건물 지하의 저렴한 공간을 사용할 수 있었고 (낮은 고정비)
2) 입퇴실 관리와 단순한 마케팅을 빼면 별다른 노력이 필요 없었으며 (낮은 운영비)
3) 친동생이라는 인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었다. (보유자원)


목표가 생기니 그다음엔 돈을 모으게 됐다. 금융권 허세 부리기를 졸업하고 월급과 성과급 등을 차곡차곡 모아서 1년이 지나니 3천만 원 정도를 모았다. 음대로 유명했던 홍익대학교 주변에 30평 남짓의 지하층을 임대했고 공간을 쪼개고 방음공사를 했다. 자금이 빠듯해서 운영하면서 추가공사를 해야 했지만 새로 지어진 시설이어서 그런지 입주자들이 생겼다. 


장사가 나쁘지 않았다. 월세로 110만 원을 냈고, 호실당 대략 24만 원 정도를 받았고 실이 11개가 있었으므로 만실로 채우면 150만 원 정도 수익이 생겼다. 그리고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18개월 정도면 투입원금은 회수되는 계산이었기 때문에 꽤 괜찮은 모델이었다(하지만 모든 일은 뜻대로만 되진 않는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된다). 


직접 만들어서 운영했던 음악연습실


무엇보다 월급 외에 다른 소득을 만들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기존에는 월급날짜만 기다렸다면 이제는 상시 소득이 발생하는 격이었다. 연습실의 한 실을 동생에게 무상임대하고 관리를 맡겼기에 내 노동력이 크게 들어갈 것도 없었다. 주말에 가서 잘 돌아가는지 한 번쯤 둘러보면 그만이었다. 요즘 말로 하면 '오토매장'이었던 셈이다. 




돈주머니가 2개가 되고 나니 돈이 모이는 속도도 빨라졌다. 나는 1년 정도 1호점을 운영한 후에 2호점을 추가로 열었다. 이번에는 월세가 150만 원으로 더 비쌌지만 운영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았다. 2호 점도 부침은 있었지만 한 달에 백만 원이 넘는 돈을 더 만들어 주었다.  


2개 매장이 한 달에 2백만 원의 소득을 더 벌어주면서 나는 월 5백만 원 소득 만들기라는 목표를 2년 만에 달성했다. 회사의 다른 동기들은 성과급으로 얼마를 받았네, 주식투자로 얼마를 벌었네 자랑들을 했지만 난 크게 귀담아듣지 않았다. 


성과급은 회사에서 주는 돈이고 주식투자는 앞날이 어찌 될 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난 둘 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면 내 사업으로 한 달에 2백만 원의 현금흐름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훨씬 뿌듯했다. 이게 회사에 알려지면 인사조치를 받을까 봐 주변에 말도 하지 못하고 혼자만의 시크릿을 즐기긴 했지만.



사업자금으로 쓰느라 모은 돈은 다시금 눈 녹듯 사라졌지만 대신 현금흐름으로 돌아오는 귀중한 경험을 얻었다. 이때부터 나는 현금흐름의 파워풀한 가치를 본능적으로 느꼈던 것 같다. 


또 하나 중요했던 포인트는 인턴과 사원시절 업무경험과는 별개로 또 하나의 성취 경험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엔 다른 사람이 준 역할을 잘 수행해 낸 것이 아니라 스스로 수익모델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전의 성취들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성취는 또 다른 성취를 낳는다. 

이때부터 나는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내는 것은 기본이지만 그 속에 진짜 기회는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경험했다. 이제부터의 성취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움직여서 만들어내야 한다는 개념이 본능 속 깊이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러한 성취 본능은 뜻밖에도 이후 직장에서 강력한 카운터를 맞게 된다. 




p.s. 이렇게 글을 끝내면 아름다운 성장 스토리로 끝나겠지만, 사실 연습실 사업은 4년까지 운영하고 문을 닫는다. 첫 사업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시설 감가와 누수 등 각종 사고로 인한 재투자비용들, 경쟁심화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원인이다. 사업에는 여러 변수가 있고 모든 계획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또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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