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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업가 정담 Aug 31. 2024

인생 갈림길에서 후회 없이 선택하는 법

Chapter 2. The Ambitious Boy #12

2017년 12월 강원도 고성 바다를 찾았다. 


서른 살 즈음부터 새해의 계획을 세우거나 고민이 많을 때면 바다를 찾곤 했다. 난 사람이 없는 겨울바다를 특히 좋아하는데 마치 세상과 나만 남은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느낌이 좋기 때문이다. 


긴박하게 돌아갔던 1박 2일의 뉴욕 특급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에도 나는 글로벌 금융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여러 기회들을 찾아다녔고 최종적으로 좋은 카드를 손에 쥐기도 하였으나 웬일인지 뉴욕 때만큼 흥분되진 않았다. 


수차례 시도하고 실패하는 과정 속에서 좀 더 냉정하고 침착해졌달까 아니면 인생에 있어 변화의 기운을 스스로 감지한 것일까. 



2017년 겨울은 전편(홍과장의 은밀한 이중생활)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2년간의 이중생활을 통해 금융인으로서의 꿈과 사업가로서의 길 모두를 한참 쫒고 있던 중이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하고자 했던 시점보다 5년 빠르게 법인을 설립했고 생각했던 사업모델의 시제품 테스트를 완료했다. 


시제품의 성공 이후 연이어 두 곳의 사업장을 추가로 오픈했고 고성 바다를 찾았던 당시에는 3개의 사업장이 돌아가던 중이었다. 공동창업자인 친구와 고용한 파트타임 직원이 있었지만 3개의 사업장과 이후의 확장을 위해서는 나도 더 이상 회사에 매여 있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내 꿈은 원래 글로벌 금융인 아니었던가. 그리고 나는 그 패도 손에 쥐고 있었다. 업계에서는 누구나 알만한 회사이며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갖고 있던 글로벌 회사에서 오퍼가 왔다. 


억대 연봉에 연간 성과급, 간섭받지 않는 포지션, 해외 출장 시 비즈니스 좌석까지... 직장인으로서는 최고의 직장 아닐까 싶었다. 지난 10년 간의 직장생활에서 아등바등 노력하며 손에 쥐고 싶었던 매력적인 조건이다. 




그래서 바다 앞에 섰다. 


꿈에 그리던 월드클래스 금융인의 보장된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불확실하지만 인생 목표였던 사업가의 길을 더 일찍 시작할 것인가. 이때 내 나이 서른일곱 살,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는 나의 인생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칠 것이었기 때문에 고민은 깊어져 갔다. 


바다 앞에서 맞는 소금기 어린 겨울바람은 얼음같이 차가웠지만 그 바람을 맞으면서도 한참 동안 난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바다를 바라만 보아야 했다.


숙소 근처 카페에서 몸을 녹이면서 글을 써 내려갔다.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나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싶을 때는 글을 쓴다. 하지만 이 글은 머릿속 상념을 모두 토해내서 마구 던지는 글이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읽어볼 만한 글은 못 된다. 


그렇게 꼬박 48시간과 서른네 페이지의 글쓰기 끝에 결정을 내렸다. 


월드클래스 금융인의 자리는 너무나 달콤해 보였고 10년간 쫓아왔던 꿈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부터 10년 후에 내가 다시 고성 바닷가를 찾았을 때 내 모습이 어떨까 생각해 봤다. 보장된 자리라는 건 어쩌면 정해진 미래이기도 했다. 내가 알고 있는 잘 나가는 선배들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사업가의 길은 달랐다. 모든 게 불확실한 미래고 매월 계좌에 찍히던 월급조차 보장되지 않았지만, 10년 후 내 미래의 크기 또한 제한이 없었다. 회사원으로서 평생을 노력해도 갈 수 없던 지점에 도달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해진 틀에서 몸부림치는 것보다 내 손으로 내 미래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나의 마음을 이끌었다. 지나간 시간보다 앞으로 10년 후에 각각의 길에서 내 모습이 어떨 것인가가 중요했다. 




그렇게 나는 10년 간의 직장생활을 접고 사업가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 


10년 후 내가 서 있을 곳이 어딘지도 알 수 없었고 불확실성이 가득했기에 솔직히 두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더 큰 가능성에 스스로를 걸고 싶었다. 그래야 내 인생에서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 10년 후에 '아 그때 한번 도전해 볼 걸'하고 미련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나의 결정은 고요한 고성의 겨울바다를 증인 삼아 나 스스로와 한 약속이기도 했다. 


돌아와서 난 3개월 후에 다니던 직장에 미련 없이 사표를 냈다. 사표라고 썼지만 새로운 인생에 대한 출사표라고 읽을 그런 종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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