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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업가 정담 Aug 28. 2024

회사원, 법인을 설립하다

Chapter 2. The Ambitious Boy #9

전편에서 이야기한 1박 2일의 뉴욕 특급 작전은 어떻게 되었을까? 


참으로 운명 같은 일이 일어났다. 뉴욕에서의 미팅은 순조로웠고 출장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돌아오고 나서 우리를 도와준 영업본부장과 연락이 되지 않았다. 3주 정도 지나 연락이 닿으니 자기 이제 백수신세란다. 사연인즉슨, 미팅 직후 그 회사에서는 구조조정을 강하게 했고 많은 사람들이 잘려 나갔다는 것이다. 


거센 구조조정을 하고 비용감축을 했는데 한국에 브랜치를 만들 여유도 없었을 것이다. 3개월이 지나자 우리는 연락을 기다리는 것을 포기했다. 왜, 왜 하필 이 타이밍이었을까. 글로벌 금융맨으로서의 나의 꿈이 바로 코 앞에 와 있는 듯했는데. 



이때부터 난 내 사업을 시작하는 것에 좀 더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아마 이런저런 노력들이 끝에 가서는 최종 결실을 맺지 못했기 때문이었겠지. 세 개의 회사와 다섯 개의 포지션을 거치면서 원하는 삶을 이루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마지막 순간엔 꼭 운명의 신이 문을 닫는 느낌이었다.  


이때 나이 서른다섯, 인생계획 상 목표는 마흔 살 때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었지만 미리 연습게임 한다고 생각했다. 마흔 살이 된다고 하루아침에 사업이 돌아가는 건 아닐 것이니 말이다. 회사에서 만나 뜻이 맞았던 동료 한 명과 주말마다 모여서 꿈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사실 사업하자고 처음부터 의기투합한 건 아니었다. 이 친구는 회사에서 처음 알게 됐지만 나이도 같았고 좋아하는 것도 교집합이 있었기에 일을 떠나서 친구관계로 발전할 수 있었다. 초반엔 일보다는 놀러 다니는 시간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서른 살 초반 철없게 놀던 시절은 거의 다 이 친구와 공유했던 시간들이었는데, 지금도 새벽 시간 길거리에 쭈그려서 정신 못 차리고 있는 사진이나, 무모한 도전들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끔씩 안주거리를 삼곤 할 정도다.  



그러던 중 미래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들도 오가는 일이 잦아졌다. 명확한 형태는 없었지만 주말마다 이런 이야기들을 좀 더 해보기로 했다. 우린 비어 있던 친구 아버지 사무실에 몰래 기어들어가서 사업구상이나 목표 설정에 대한 이야기들을 두서없이 나누었다. 


어떤 날은 그냥 난 어떻게 살고 싶다는 얘기였고, 어떤 날은 사업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들, 혹은 부동산이나 경제적인 이슈들도 나왔다. 아니면 새로 생긴 핫플이 어디냐는 둥 정말 주제는 딱히 없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공통의 목적 달성을 위해 법인을 먼저 설립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설립 자체는 부담되는 일도 아니었고 과정을 경험해 보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했는데 한 가지가 걸렸다. 


그럼 이거 회사에서 알게 되는 거 아니야? 

보통 회사에서는 회사일 외에 다른 일을 못하게 되어 있다. 누구나 회사원들은 이런 걱정을 안 할 수 없다. 내 소중한 커리어가 망가지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들이 앞선다. 


하지만 우린 무모함이었는지 용기였는지 근로계약서의 문구를 따르는 것보다 우리의 꿈을 좇기로 했다. 업무 시간에 업무에 충실하면 스스로 떳떳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할 일은 하되, 꿈을 향하자.  


그래서 드디어 법인을 만들게 된다. 심지어 법무사도 거치지 않고 전자서비스를 통해 떠듬떠듬 셀프로 만들었다(하지만 사실 이 방법은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서비스 웹페이지가 부실해서 우린 하루 종일 비명을 질러댔기 때문이다).

 


아직 어떤 비즈니스를 하게 될지도 모르는 풋내기들이었지만 회사명에는 나름 심오한 인생철학도 담았다. 사람들이 모두 살고 싶은 삶을 살도록 만들어줄 수 있는 회사가 되자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고민고민 끝에 회사명을 지었고 적금 통장을 쪼개서 자본금도 5천만 원을 태웠다. 


진짜 돈이 들어가니 그때부터는 자세가 달라졌다.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주주의 개념과 지분율의 개념, 이사회와 대표이사의 개념도 이해할 수 있었다. 당장 친구와 누가 대표를 할지 지분율은 어떻게 할지를 논의해야 했으니까.




결국 서른다섯 살에 나는 co-founder(공동설립자)와 함께 인생 최초로 우리의 법인을 설립하고야 말았다.


사업모델도 없었고 자본금도 제한적이었다. 조언을 줄 사람이나 계획도 없었다. 하지만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명확했기에 그냥 저질렀다. 일단 해보는 거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 


법인 설립 4개월 후 우리는 첫 번째 비즈니스를 론칭했고, 이 비즈니스는 현재도 성장 중이어서 국내에서는 시장 1위를 하고 있고, 우리 둘 다 이 법인을 현재까지 8년이 넘게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난 항상 왜 더 빨리 시작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구상과 실행은 한 끗 차이지만, 그 결과는 천지 차이 같았다. 모든 것이 갖춰진 다음에 하고자 했다면 절대 4개월 만에 서비스를 론칭하지도 못했을 것이고 사업가가 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책에서 읽은 성공한 투자자 Bill Ackman이 한 말이 정말 와닿았다. 



내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누구보다 빠르게 행동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아이디어를 두고 경쟁자가 고민하고 미팅하고 시간을 쓸 때, 나는 먼저 실행하고 그게 되는 아이디어인지 아닌지 먼저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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