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세상이 달리 보였다
내게 살아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시간이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째깍짹깍
초침은 흐르고
분침도 시침도 흐르는데
그 모든 것들이 그저
지나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
그만큼 내가 가진 시간이
내게 주어진 시간이
내 존재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을 때
더 이상 이렇게 누워있을 수는 없다는 걸
알았다
나는 죽고 있다
내 끝이
내 죽음이
머지않았음을 알고 있다
나는 죽고 있다
문장의 여백 사이만큼
단어와 한숨 사이만큼
나는 이미 죽었다
분하기도 했다
한때는 왜 나인가
원통하기도 했다
한때는 왜 지금인가
분하기도 했다
지금껏 한 게 하나도 없는 것이
이룬 게 하나도 없는 것이
지금껏 한낱 먼지처럼
한낱 먼지로만 살아온 것이
한낱 아지랑이만 좇아온 것이
억울하기도 했다
그래서 모두를
그래서 모든 것을
원망하기만 했다
하지만 원망은 그 어떤 것도
해결해주지 않음을
알았다
그렇지만 미움이 그 어떤 것에도
답이 될 수 없음을
알았다
더 이상 이렇게
누워있을 수만은 없어서 이내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남아 있는 시간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더 아름답게
더 멋지게
만들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니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지금 이것만이
지금 이 순간만이
지금을 더 아름답게
미래를 더 멋지게
과거를 더 소중하게
대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알았다
그럼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고
그럼에도 나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지금 이것만이
내겐 지금 이 순간만이
있음을 알기에
내게 그것 밖에 없음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 밖에 없음을
이제는 알기에
이제서야 알기에
지금 이것만이
지금 이 순간만이
내 유일한 구원임을 알기에
두렵지 않다
난 이미 한번은 죽었기에
지금의 죽음이
앞으로의 죽음이
더이상 두렵지 않다
시간은 가고 있다
째깍짹깍
째깍짹각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