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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도 Oct 28. 2022

그도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도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외에 다른 좋은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그도 그때는 그것이 최선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도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고

나도 그 외에 다른 좋은 방법이 없었고

나도 그때는 그것만이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그것만큼이 내 한계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도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그때 그것만큼이 그의 최선이었고

그때 그것만큼이 그의 한계였기 때문이다


나도 그랬기에

그를 미워하지 않는다

그를 미워할 수 없다

그가 더 이상 밉지 않다


왜냐하면

나도 그랬으니까

그때 너를

그때 나를

미워할 수만은 없으니까


미움은 해롭다

증오는 해롭다

나에게도 그에게도

해롭기만 하다


하지만 미워할 수밖에 없었고

미워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고

미워하는 것만큼이 한계였기 때문에

나도 너도 그때는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미워하는 것은

좋아하는 것이다

좋아하기에

미워하는 것이다

좋아하지 않으면

미워하지도 않는다

좋아하지 않으면

관심조차 없으면

그 어떤 감정도 

일어나지 않는다

사랑하지 않으면

고통도 없는 것이다


왜 미워했는가

왜 미워하는가

언제까지

미워하기만 할 텐가

그 뒤에 마음을 보라

믿지 못하겠지만

그 뒤에도 마음이 있다


미움 뒤에

좋음을 보라

증오 뒤에

사랑을 보라

미움을 보는 것만큼

좋음을 무시하지 마라

증오를 보는 것만큼

사랑을 외면하지 마라


좋음 뒤에

미움의 싹을 보라

좋음이 보이는 것만큼

미움의 싹을 경계하라


한 가지 감정 뒤에

또 한 가지 감정을 보라


결국엔 미움은 

무용한 것이다

미움은 날 그 어떤 곳에도

데려가지 않았고

미움은 날 그 어떤 것으로도

되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움은 그만큼의

퇴행일 뿐이다


누군가를 미친 듯이 

좋아하고 사랑했던 자만이

누군가를 미친 듯이 

미워할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를 미친 듯이 

미워해본 적 있는 자만이

누군가를 미친 듯이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제 자신을 미친 듯이 

좋아하고 사랑했던 자만이

제 자신을 미친 듯이 

미워할 수 있는 것이다

제 자신을 미친 듯이 

미워해본 적 있는 자만이

제 자신을 미친 듯이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제 자신을 미친 듯이 

좋아했고 미워했고

증오했고 사랑했던 자만이

누군가를 미친 듯이 

좋아하고 미워하고

증오하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딱 그만큼만 

그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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