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알 것 같다가도
다 모르겠고
작은 용기가 생겨났다가도
이내 두려움이 따라오고
뭐라도 해야겠다가도
그러면 뭐하겠나싶고
자릴 박차고 일어났다가도
다시 자리에 눕고
누웠다가도 다시 서고
읽고 또 끄적이다가도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가
그럼 소용있는 건 대체 뭘까 싶어서
다시,
사랑해야지 사랑
그래 그거 해야지
나도 알아 그것 뿐이라는 거
그것 밖에 없다는 거
하면서도
원망하고
후회했다가
희망하고
희망했다가
그럼 그렇지 하고
이젠 쓰리지도 않는 배를 업고
가던 길 무딘 마음 끌고 돌아서서
이제 다시 무슨 꿈을 꿀까
이 모든 게 다
백주 대낮의 꿈일 뿐인데
지랄맞게 긴 하루를 탕진하고
지랄같은 무의미에 목졸리고
지는 해는 기똥차게 아름답고
햇살 먹은 구름은
몸짓이 되었다가
비 먹은 파도는
음표가 되었다가
비 먹은 나무는
수채화가 되었다가
흔들리고 또 흔들리고
흔들릴 걸 알고
여지없이 다시 흔들리고
그 안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쓰고 쓰고 또
다시,
구겨버렸다가 또
다시,
멈춰섰다가
매순간의 원점으로
돌아와 아니 나아가며
이 모든 걸 알고도
다시,
한번 더
한번만 더
두 발 달린 모든 것은
직선 위를 미끄러지듯
앞으로 앞으로
뻗어나가는 것처럼 보여도
가까이서 보면
바람에 흔들리고
돌에 치이고
또다시 비틀대면서
물레 따라
돌고 도는 흙반죽처럼
곡선으로 곡선으로
이어 그려나가는 거란다
그렇게 너의
춤을 추는 거란다
강건너 안개속 낯선 이의 목소리가
울려오는데
아 이게 정말
산다는 거구나
이 모든 것들과 함께
춤추고 연주하고
노래하고 그리는
이 모든 게
사는 거구나
해서 채비를 챙겼다
시지프의 미소를 떠올리며
다시,
모양과 허공 사이를
음표와 음표 사이를
이름과 이름 사이를
직선에서 곡선으로 비틀어
거닐기 위해서
흔들리고
비틀거리고
기어오르고
매달리고
붙잡고
두 발로 겨우 서서
헐떡이고
부르르떠는
이 모든 나약한 몸짓이
아름다운 춤이란 걸
알기 위해서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