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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도 Aug 04. 2023

난 네가 슬픈 게 싫다

말 그대로 난

네가 슬픈 게 싫다


비록 내가

네 슬픔에

일조했지만

네 슬픔을

더하고 말았지만

그래서 그게 참

미안하지만


난 네가 슬픈 게 싫다



우리가 함께 했던 곳을

뒤적여본다

혼자서 찾아가본다


우리가 갔던 카페

우리가 갔던 한강 기슭

우리가 갔던 숲 속

산들바람 속

우리가 했던 장난들

터무니없는 모든 것들

그 어리석은 모든 짓들


우리가 먹었던 것

우리가 마셨던 것

우리가 만졌던 것

우리가 보았던 것

우리가 들었던 것

우리가 걸었던 곳

우리가 누웠던 곳

그곳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속삭였던 말들


폭우 아래에서

함께 췄던 춤과

폭풍 속에서

외쳤던 비명과

터져버린 눈물과

터져버린 웃음에

하늘이 가까웠던

그곳을


되짚어본다



오늘도 그 모든 것들을

한데 버무려

끓여낸다

한솥 되직하게

그리고 홀로

먹고 마신다

한 숟갈 한 숟갈씩


그때 그곳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는데

모든 게

달라져있다

그래서 달고 쓰다


난 네가 슬픈 게 싫다

네가 슬프면 나도 슬프니까



그러니까 부디

잘 지내야 한다

다음에 만나

반갑게 인사할 때까지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날 같이


그날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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