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노래방

by 정도비

남편은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한다. 차로 같이 이동을 할 때 어느 정도 대화를 하고 나면, 나는 핸드폰을 보고 남편은 자기가 좋아하는 가요를 틀어 노래를 부르며 운전한다. 남편이 얼마나 열창을 하느냐와 상관없이 나는 무덤덤하게 내가 검색하고 있는 것들에 집중해 폰을 보고 있다. 달리는 우리 차가 노래방이 되는 경지가 이제는 놀랍지도 않은 것이다.


소개팅으로 몇 번 만난 후 사귀기 시작한 그 중요한 시점에 위기는 발생했다. 사귄 지 며칠 안된 어느 날 남편이 수줍게 자기가 기타를 칠 줄 아는데 혹시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있으면 연습을 해서 불러주겠다고 했고 나는 한 곡 주문을 했다. 그리고 디데이, 아직 서로의 집도 가보지 않은 풋풋한 커플이었던 우리는 주차된 남편 차에서 공연자와 관객이 되었다.


남편은 운전석에 앉고 나는 조수석에 앉아 기타 연주가 시작되었고 남편은 서툴지만 열심히 내가 주문한 곡을 연주하며 감미롭게 노래를 불러주었다. 나는 낭만적인 분위기에 푹 빠져 한 음절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노래를 들었다. 연주를 마치고 내가 눈물을 글썽이며 고맙다고 포옹하려던 그 순간 남편은 “와 오랜만에 기타 치면서 노래 부르니까 너무 좋은데?”라고 말하며 “한 곡 더 불러볼까?”를 외쳤다. 헐~!


가장 무드 있어야 하는 순간에 마치 노래방에 온양 한곡 더를 외치는 남편을 보며 나는 심히 당황했지만 겉으로 티를 많이 내지는 않고-그래도 약간은 떨떠름하게- 그럼 한 곡 더 불러달라고 이야기했다. 남편은 내 당황한 기색은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채 흥에 겨워 자기가 자신 있는 발라드 곡을 또 한 곡조 뽑았다. 그리고는 “야~ 오랜만에 부르니까 정말 재밌는데? 한 곡만 더 할까?”라고 해서 내가 이제 그만하라고 말렸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아직도 전해져 내려온다.


남편이 로맨틱은 갖다 버리고 노래를 열창했던 순간을 가지고 아직도 가끔 놀리곤 하지만 결혼한 지금은 기타를 틈틈이 연습하고 노래도 부르는 취미가 꽤 괜찮다고 생각한다. 심취해서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편이 기타나 보컬 레슨을 받고 싶다고 하면 학원도 지원해 줄 의향이 있다. 무엇보다 내가 여행을 좋아해서 전국 방방곡곡을 차로 돌아다니는데, 장거리 운전하는 남편이 힘들어하는 내색 없이 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달리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 차는 오늘도 달리는 노래방이 되어 힘차게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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