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어깨가 굽어지게 되는데 이것은 나잇값이라고 불리는 세상의 기대들이 어깨에 하나씩 올라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이가 들어 팔이 펴지지 않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기대들로 가득 찬 어깨를 들어 올리기가 버겁기 때문일 것이다.
직업, 재산 같은 객관적인 나잇값도 무겁지만, 괜찮은 척, 유식한 척, 점잖은 척하는 '척의 무게'도 상당히 무겁다.
회사에서 어느 날 갑자기 초등학생 남자아이 둘을 키우는 선배님이 '덕질'을 시작했다. 선배의 무채색인 책상은 BT21로 알록달록하게 변했고, 덕친(덕질을 함께 하는 친구)을 만난 이야기로 표정도 알록달록하게 변했다. 물론 내가 덕친이 되어줄 수는 없었지만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선배의 알록달록한 색이 나잇값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나잇값은 너무나 가볍고 귀엽다.
어느 날 선배의 큰 아들이 "엄마는 지민이가 좋아? 내가 좋아?"라고 물어봤다고 했다. 초등학생다운 너무 귀여운 질문이다. 그 친구는 엄마의 취미를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멋진 청년이 본인이 될 것이란 생각을 아직은 못하겠지. 나는 그 친구에게 말해주고 싶다. "반짝이는 엄마에 대한 기억을 가진 것을 축하해."라고.
나는 어릴 때 엄마가 가족만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이가 들어 영탁이에 열광하고 백지영 노래를 흥얼거리는 엄마가 반짝거려서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