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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은 Jun 29. 2020

나이에 값이 어딨어

나잇값 하는 것에 대하여

나이가 들면 어깨가 굽어지게 되는데 이것은 나잇값이라고 불리는 세상의 기대들이 어깨에 하나씩 올라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이가 들어 팔이 펴지지 않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기대들로 가득 찬 어깨를 들어 올리기가 버겁기 때문일 것이다.


직업, 재산 같은 객관적인 나잇값도 무겁지만, 괜찮은 척, 유식한 척, 점잖은 척하는 '척의 무게'도 상당히 무겁다.







회사에서 어느 날 갑자기 초등학생 남자아이 둘을 키우는 선배님이 '덕질'을 시작했다. 선배의 무채색인 책상은 BT21로 알록달록하게 변했고, 덕친(덕질을 함께 하는 친구)을 만난 이야기로 표정도 알록달록하게 변했다. 물론 내가 덕친이 되어줄 수는 없었지만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선배의 알록달록한 색이 나잇값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나잇값은 너무나 가볍고 귀엽다.


어느 날 선배의 큰 아들이 "엄마는 지민이가 좋아? 내가 좋아?"라고 물어봤다고 했다. 초등학생다운 너무 귀여운 질문이다. 그 친구는 엄마의 취미를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멋진 청년이 본인이 될 것이란 생각을 아직은 못하겠지. 나는 그 친구에게 말해주고 싶다. "반짝이는 엄마에 대한 기억을 가진 것을 축하해."라고.


나는 어릴 때 엄마가 가족만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이가 들어 영탁이에 열광하고 백지영 노래를 흥얼거리는 엄마가 반짝거려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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