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은 Sep 06. 2020

EBS 라디오에 내 목소리가 나오다니!

자만하면 안 되지만 자랑은 하고 싶은걸 어떻게 해.


오늘 친구랑 신나게 놀던 도중에 문자가 왔다. 

 지난번에 EBS에서 녹음한 글이 팟빵에 올라왔다는 밀크 PD님의 문자였다. 

가을이 되려는지 날씨가 너무 시원해서 친구와 공원을 걸어 다니느라 확인을 늦게 해 버렸다.



문자를 확인하고, 신이 나서 팟빵을 켜고 확인을 했다. 부끄럽지만, 내가 내 글에 하트도 누르고 댓글도 달았다. 


대체 내 글에는 어떻게 댓글을 달아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그냥 녹음할 때 긴장했는데 이렇게 들어보니 너무 신기하다는 마음속 말을 적었다. 


확인 버튼을 누르고 나니, 그래도 작가라고 글을 썼는데, 좀 더 멋있게 댓글을 달았어야 했나 하고 후회가 들었다. (그러나 이미 댓글은 올라간 다음이고...... )








내가 녹음한 것을 듣다 보니 예전에 당선 직후 친한 후배랑 이야기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 후배는 방송국에서 일을 하고 있다.

나는 일단 너무 기뻐서 온갖 기쁨을 다 넣은 문자를 보냈다. 그다음에는 의식의 흐름대로 방송국에는 무슨 옷을 입고 가야 하는가 라던지, 사투리가 너무 심하면 어떻게 해야하냐는지 등의 질문을 퍼부었다. 그 후배는 정신없는 질문에 참 예의 있게 잘 대답을 했다. 라디 오니까 의상을 신경 쓰기보다는 단정하게 하고 가면 될 것이고, 사투리는 신경 쓰지 말고 자신 있고 당당하게 하면 된다고 말이다. 사투리 신경 쓰면 더 이상하다고.

그렇게 신나게 방송국 갈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이런 말을 꺼냈다.


"나 이러다가 이혼 전문 작가 되는 거가? 나도 좀 다른 거도 쓰고 싶은데.."


"이혼 전문 작가라뇨 ㅋㅋㅋ 한 번밖에 안 한 분이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 너무 기쁜 나머지 나의 의식의 흐름은 이미 저 멀리 자만을 넘어 우주 끝을 향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후배에게 밖에 이런 말을 안 꺼낸 것이 정말 다행이다. 다른 데서 이야기했다가는 계속 이불 킥을 했을 것이다.

 

"그걸로 충분히 글 쓰고 나면 당연히 다른 걸로도 글 쓰고 싶어 질 거예요. 자연스럽게."


우문현답이다. 애써 밝은 스토리를 짜내 보려는데 아직까지 나에 대한 고찰이 더 필요한 것 같다. 내가 가진 스토리를 충분히 쓰면서 풀어내는 연습이 필요한 것이다.


오늘 그 후배에게 팟빵 링크를 보내줬다.

"나 서울말 엄청 잘하지?"

"다 들어보고 객관적으로 평가해 드리죠"

"이래서 방송국 사람들이란....."

"오... 서울말 연습 많이 하셨네요?"

"장난 아니지? 나 서울 사람 다 됐뿟다 ㅋㅋㅋㅋㅋㅋ "



사실 그 전날 10번도 넘게 읽고 갔다. 영어도 이렇게 반복해서 읽었으면 잘 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그렇게 읽어보고 갔는데도 역시 떨리긴 떨리더라. 그래도 참 좋은 추억이었다. 밀크 PD님 감사합니다. 






에피소드 들으러 가기 : http://www.podbbang.com/ch/1772869?e=23684762


작가의 이전글 명절 당일 아침에 스타벅스에서 만나는 사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