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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은 Jan 22. 2021

나는 나이 든 내가 궁금해

내 어린 시절은 오만과 열등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조금이라도 잘 나가고 싶어서 아등바등 거리는 나날들이었다. 나에게 실망하고, 한심해하고, 그래도 내려놓지 못하는...


너를 만나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나이 든 내가 궁금해졌다는 것이다.

습관처럼 나는 '꿈이 있는 할머니'가 장래희망이라고 말을 했지만,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꿈꾼 적이 없었다. 쓸모가 없으면 가치가 없는 존재라고 생각해 왔다.


실패하고, 깨지고, 어딘가 이상하고 모자란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지금도, 그리고 할머니가 되어도 나라는 사람은 쓸모가 있어야 존재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던 걸까.


너는 빨리 나이가 들면 좋겠다고 했다.

백발이 되면 더없이 멋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백발의 근사한 모델의 사진들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나중에 할아버지가 되면 자신도 저런 스타일이 잘 어울리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꽃신을 들고 활짝 웃고 있는 시골 할머니들의 사진도 보여주었다.

네가 나이 든 너를 기다리는 모습은 마치 임신한 나의 친구들이 새로 태어날 아기의 모습을 너무 궁금해하면서 기다리는 것과 같았다. 너는 존재 자체로 충분한 사람이었다.


 너를 만나고, 나이 든 내가 궁금해졌다.

너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멋진 할아버지가 될 것이다.

나는 나이가 드는 나도 궁금하고, 나이가 드는 너도 궁금하다.

나도 너처럼 존재 자체로 충분한 사람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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