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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은 Apr 20. 2021

최근에 가장 행복했을 때가 언제야?

DAY 05. 교황

누군가에게 듣거나, 일어 내 마음에 품은 한 문장에 대한 글을 써주세요. 밖에서 들어왔지만 내 안에 살아있어 나를 이끄는 숨 쉬게 하는 말에 관해서요. 혹시 그 말이 너무 엄격하거나, 무서운 말이라면 조금은 다정하고 따뜻하게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내가 한, 하는 하고 싶은 티끌 같은 선행/선의에 대한 글을 써주세요. 아주 사소해도 좋아요. 세상과 사람들과 나에게 모든 좋은 일이면 돼요.
   - 나를 껴안는 글쓰기 <슝슝>



얼마 전 이시형 박사님의 "행복도 배워야 합니다."라는 책과 윤홍균 작가님의 "사랑 수업"을 읽었다. 두 책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내용이 '지금에 대한 감탄'이었다. 그래서 요즘 조금씩 감탄을 연습하기로 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한송이 꽃이 핀 광경을 온 마음으로 감탄하고, 슬픔을 떠나보기 위해서는 '내 마음이 지금 아파하는구나!'라고 감탄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감탄을 연습하는 것은 쉽게 되지 않았다. 천천히 지나가야 할 주변 풍경은 그대로 홱홱 빠르게 지나가 버렸다.


그러던 중 나의 지도교수님이 생각났다.


나는 대학에서 우리 지도 교수님을 만난 것을 참으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교수님은 연구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사람의 멘토로서도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다.

석사 1년 차에 연구실에는 나와 학부 연구생 2명이 있었다. 네 명이서 밥을 먹으러 갈 때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최근에 가장 행복했을 때가 언제야?"


나는 지금까지 받은 질 문중에 가장 어려운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나는 항상 너무 즐겁게 살아서 행복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고민할 사유의 깊이가 없었다. 재미있게 살았다는 말은 언뜻 행복하게 살았다는 말과 비슷하지만, 교수님의 하신 질문에는 어떤 무게가 있었다. 내가 재미있게 사는 것은 봄철에 날갯짓을 하는 참새처럼 여기 쪼고 저기 쪼고 친구들이랑 어울려 다니면서 수다 떠는 그런 일상이다.


교수님은 최근에 남편을 만나 것이 가장 인생의 큰 행복이었다고 말씀해 주셨다. 항상 학구적인 교수님만 뵈어 오다가 사촌언니 같은 느낌의 모습을 뵈니 엄청 친근하면서도 이질적이었다. 학문적인 의의를 남기는 것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복한 인생을 사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때 그 순간이 떠오른다.


행복을 는 것은 큰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지만, 행복을 기억하는 일은 큰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는다. 오히려 에너지를 축적하는 느낌이 든다. 교수님께서 알려주신 "최근에 가장 행복 했을 때가 언제인가?"라는 질문을 생각하다 보니 특이하게도 지금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그때 행복했던 느낌을 되새기다가 마음의 눈을 뜨면 현재에 대한 감탄이 절로 나오게 된다.


교수님은 항상 평탄하게 지내오시진 않으셨다. 그래도 내 눈에는 항상 멋진 분이셨다. 아마도 "최근에 가장 행복했을 때가 언제인가?"를 항상 생각하며 사시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를껴안는글쓰기 #나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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