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은 Apr 16. 2021

다름을 공격하는 사람들

DAY 04. 남 황제

나에게 상처 주었던 사람을 떠올려 보세요. 그 행위가 크든 작든 정당했든 나빴든 나를 위한 거였든 상관없어요. 내가 원하지 않는 행동이었다면, 그 사람 맞아요. 그 사람이 되어 어떤 식으로든(극복했거나, 힘들어하고 있거나, 잊었거나, 괜찮거나) 그 상처를 안고 사는 나에게 사과 편지를 써보세요. 내가 듣고 싶은 사과의 말을 적어보는 거예요. 그게 바로 나였다면, 자신에게 사과의 글을 쓰세요. 네, 용기가 필요한 일이에요.
부모에게, 어른에게, 상사에게, 선배, 연장자에게 어리다는, 경력이 짧다는, 잘 못한다는 이유로 훈계, 비난, 조언에 마음 상한 적 많으시죠. 저는 진짜 많습니다. 내가 어른이 된다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세요? 혹은 지금 내가 하는 좋은 어른 역할 중에 잘 지키고 있는 것들이 있다면 자랑 좀 해주세요. 배워야 할 사람이 참 많아요.
     - <나를 껴안는 글쓰기> 슝슝



이번 글은 용기를 내어, 내가 사과를 듣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저의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합니다! (용기가 필요한 일임은 똑같지만, 취지에서 벗어난 것에 대해서 조금 죄책감이 듭니다.)


예전에는 내가 어떤 사람을 싫어하는지 몰랐습니다. 안 맞는 사람은 있어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대학교 1학년 때 복학생 대면식을 간 적이 있습니다. 군대 갔다 와 똥폼을 잡으면서 "야! 네가 술 함 따라 봐라. 여자가 술을 따라야 맛이 있지!"라고 말하는 선배가 있었어요. 공대에서는 여학생이 적으니까요. 저는 그때 어려서 당황해 술을 따르고야 말았지만, 수치심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근처에 앉는 남자 동기들이 "형~ 담배 한 대 피러 가요." 하면서 그분을 밖으로 데려나가고 나를 챙겨 저 먼 곳의 다른 테이블에 앉혀주었습니다. 얼굴도 기억나는 그 이상한 선배는 확실히 나랑 안 맞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싫어하는 사람인지는 한 번 더 생각이 필요합니다.


내가 어하는 사람은 "다름을 공격하는 사람"입니다.

히틀러처럼 민족적으로 다름을 극하게 공격한 그런 거창한 내용은 아닙니다. 단지 주변에 흔한 무언 가가 다르다는 이유로 공격을 일삼는 사람들이죠. 제가 만난 복학생 선배는 알 수 없는 신념으로 저와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표현을 불쾌하게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공격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싫어하는 사람 범주에서는 제외시켜드립니다.


회사에서 회의를 하다 보면, 다양한 의견이 생겨요, 애초에 아이디어 발상이 필요한 일에는 많은 말을 해야 하니깐요. 말을 하다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의견을 반대하지 않고 사람을 반대합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공격으로 금방 변합니다. 인신공격까지 마다하지 않게 되죠. 그 의견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면 될 것을 "너 학교 어디 나왔나? 그렇게 밖에 못 배웠어?"와 같은 말들을 언성을 높이고 침을 튀겨가며 말하기까지 합니다. (부장님, 잘 지내시죠?)


사람은 누구나 다른 것에 대해서 좋을 수도 있고, 싫을 수도 있어요. 그것은 개인의 취향이니까요. 그리고 내 마음을 정할 수도 있지요. '나는 민초가 싫어!'이렇게요. 그런데 거기에 공격성을 넣는 사람은 정말 너무 싫어요! 민초 먹는 사람은 좀 이상한 사람 많아!"라고요, 오이가 극혐이라고 말하면서 오이가 든 김박을 먹는 나를 극혐이 표정으로 쳐다본다면 그 사람이 싫어질 것이 분명합니다. 거기에 "오이를 사람이 먹다니 너무 이상해!"라는 말까지 곁들이면 그 사람은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다름은 매일 마주칩니다. 다름은 조율할 수도 있고, 인정할 수도 있어요.

내 친구는 닭다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나와 치킨집을 가면 치킨을 한 마리 시켜 내가 다리 두 개를 먹고 친구가 가슴살을 먹어요. 다르지만 너무 행복합니다. 고기 구우러 가면 깻잎이 전부 내 거가 되기도 하고요.


그것이 어려우면 덮어 두고 상관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 중에서 고르지 않고 무조건 공격하는 공격 대장들은 나중에는 큰 후회 하실 거예요!


본인이 싫은 것은 싫은 것이지만, 그것으로 공격을 하지 말아 주세요. 갑자기 날아오는 공격에는 방어할 방법도 못 찾겠거든요. 그리고 자꾸 그러면 나도 뭅니다!! (생각보다 이빨 날카로움 주의!)


#나껴글 #나를껴안는글쓰기

매거진의 이전글 외동딸 코스프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