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은 Sep 04. 2022

우주의 먼지


  이것은 5년도 더 지난 이야기이다. 

그날 나는 과호흡이 심해서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답답한 마음을 쥐어짜며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었다. 우연히 옆에 있던 아는 언니는 과호흡을 멈추기 위해 입 앞에 비닐봉지를 쥐어주었다. 비닐봉지로 입을 막고 숨을 헐떡였는데, 여전히 숨이 막히고 죽을 것 같았다. 그래도 누군가 나의 곁에 있어준다는 사실이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 언니는 다음날 나에게 우주의 먼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자신은 너무 힘들 때마다 그 유명한 '창백한 푸른 점'사진을 본다고 했다. 그것을 보면 지금의 힘든 것은 우주의 먼지일 뿐이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지금은 너무 힘들지만, 아무것도 아니며 곧 지나갈 것이라고 위로를 해 주었다.

불행하게도 그때의 나는 그 이야기에 담긴 따뜻한 마음을 읽어내기에는 너무 어리석었다. 먼지 같은 생명을 왜 이토록 끈질기게 붙잡고 괴로워야 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우주의 먼지 같은 작은 점에 있는 그보다 수백억 배는 작은 나 같은 존재에게 어떤 의미가 있어서 이토록 괴로울까? 나 하나 정도는 사라진다고 해서 어떤 일도 생기지 않을 텐데 말이다.

나는 언니의 메시지가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를 몇 번을 반복해서 읽으면서 그것에 담긴 따뜻한 온기와는 다르게 잔인하고 극단적인 생각을 떠올렸다.



 최근 우연히 서점에서 천문학과 관련된 책을 샀다. '우주를 정복하는 딱 10가지 지식'이라는 얇은 책이었다.  중력, 블랙홀, 암흑물질과 같은 천문학에 대한 이야기와 천문학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쉽고 간단하게 쓰여있었다. 내가 복잡 미묘한 감정을 가지고 있던 그 푸른 점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내가 다시 예전의 그 언니를 떠올릴 문장이 적혀 있었다.


세상에는 여전히 우리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다. 이를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 지구인들이 우주에 관해 더 많이 알아내고 이해할 수 있는 특권을 가졌음을 의미한다.
  - <우주를 정복하는 딱 10가지 지식>  베키 스메서스트

  

우주의 먼지.

나는 우주의 먼지 위를 방황하며 부유하는 생명체로 태어났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언니의 위로가 몇 년에 걸쳐 나에게로 와 전달해준 메시지는 '모든 존재를 충분히 품어줄 만큼 우주는 크다'라는 것이었다. 나에게 어떤 괴로움이 있거나 부족함이 있더라도 그것은 우주의 먼지 같은 것이라 어떻게든 살아도 된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 당시보다 더 큰 위로로 나에게 뿌리를 내렸다.


창가에 누워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을 관찰했다. 햇빛에 떠다니는 먼지들이 보였다. 저마다 예쁘게 반짝이며 흔들리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카멜레온 연애사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