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떡믹스와 찐행복

feat. 새로 발견한 한인마트

by 짠맛토커

나와 남편, 만 네 살 된 아들은 함께 영국에 살고 있다. 코로나가 터진 데다가 작년 연말에는 변이 바이러스까지 판치기 시작하면서 그야말로 감금생활 같은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이런 우리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존재들이 있었으니, 한국에 계신 부모님들께서 보내주시는 귀한 택배와 한인마트가 그것이다.

어머님이 보내주신 누룽지, 흑마늘, 고춧가루, 통깨, 또 최근에 엄마가 보내준 된장과 각종 김치까지... 코리아의 K 냄새라도 맡을 수 있는 것이라면 그 무엇이든 대 환영이다.


특히 최근에 남편은 남다른 리서치 실력으로 런던에 새로 생긴 한인마트 한 곳을 알아냈는데, 이 곳은 기존에 우리가 가끔 이용했던 대형 한인마트보다 몇 가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대형 한인마트는 60파운드(약 9만 원 정도) 이상 사야 택배사를 통해 물품을 2-3일 걸려 보내주는데 비해 신생 마트는 낮 12시까지 30파운드 이상 주문하면 당일 오후에 직접 문 앞까지 무료로 상품을 배달해 주는 감동적인 서비스를 실천하고 있었다.


우리는 차가 없기 때문에 코로나 시대에 직접 집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는 우리에게 너무나 절실했다. 지난주 사각 삼겹살을 한번 시켜먹어 본 남편과 나는 잠시나마 식사시간 동안 한국에 와있는 듯한 행복을 맛보았고 오늘 다시 온라인 주문을 했다.


우리 집에서 물건을 사는 건 대부분 쇼핑을 좋아라 하는 남편이 담당한다. 흥얼거리며 이것저것 휴대폰 장바구니에 담고 있던 남편이 큰 소리로 외친다.


어머 정은아 순대도 있다”

진짜? 맛있겠다”

살까?”

응응!”

또 뭐 살까?”

“여보 먹고 싶은 거 사!”

인절미 과자랑 호떡믹스도 살까? 호빵은 어때?”

나는 팥!”


50파운드가량을 주문한 우리는 친절한 사장님이 배달 오시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오후 5시쯤 원하던 한국 식자재를 손에 넣게 되었다. 저녁 메뉴엔 삼겹살과 순대가 올라왔다. 영국 오고 처음 먹어보는 순대. 비록 냉동 순대를 쪄서 먹는 거였지만 왜 이리 눈물 나게 맛있는지. 어릴 때 엄마와 먹던 그대로 생양파에 쌈장 찍어 먹으니 그때 그 시절 부산의 골목 시장에 와 있는 기분마저 들었다.



밥을 먹고 난 뒤 남편이 야심 차게 말했다.


내가 호떡 맛있게 구워줄게!!”

우와!! 아빠 호떡 맛있겠다!! 그거 안에 초콜릿 들어간 거지??”


아이는 호떡이 뭔가 달다구리 한 간식이라는 건 직감적으로 알아차렸지만 정확히 호떡이 뭔지는 잘 몰랐다. 남편이 반죽을 하고 내가 속을 넣은 호떡 모양을 만들고 다시 남편이 노릇노릇하게 구워냈다.


남편은 특히 기름에 튀기는 요리를 기가 막히게 잘하는데 호떡 역시 알맞은 불의 온도와 기름의 양으로 최상급 호떡을 굽고 있었다. 그렇게 옆에서 호떡이 노릿해져 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입에 침이 고였다.


우와 진짜 맛있겠다!”

흐흐 그렇지?”

우와 아빠 빨리 먹어보고 싶다!!!”

더 기다려야 돼. 나도 어렸을 때 호떡 하나 사 먹으려면 호떡 할머니가 굽는 거 10분은 기다렸거든.”




그렇게 인내의 시간을 거쳐 드디어 겉바삭 속달달 호떡이 완성됐다. 남편은 호떡은 추울 때 호호 불며 먹는 거라며 거실 발코니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차갑고 상쾌한 공기가 고소한 기름 냄새와 빠르게 만나며 공기 중에서 신나는 춤을 추는 듯했다. 바삭한 호떡 한 입을 크게 베어 무니 용암같이 뜨거운 꿀이 뚝 뚝 떨어진다.


앗 뜨거워!!”

흐흐흐 조심해!”

흐흐 너무 맛있다!”

그렇지? 행복하다! 호떡 믹스 하나에 크크크”

그러게 크크크크 여긴 뭐 별로 있는 게 없으니까 이런 것도 엄청 귀하다 그렇지?”

“응. 이것도 다 추억이다.”

맞아.”


그렇게 우리는 갓 구운 호떡을 호호 불어가며 배불리 먹었고, 손가락 전기 놀이, 간지럼 참기 놀이를 하다가 하루를 마무리했다.



몇천 원 하지도 않는, 백*에서 만든 호떡믹스가 오늘 우리 가족에게 찐행복을 선사해 준 걸 보면,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닌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남편은 이 호떡믹스로 우리가 당도 충전하고 행복도 충전할 거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을까? 이미 호떡믹스 두 봉지를 주문했던 터였다. 이제 한 봉지가 남았으니, 요 녀석은 언제 또 만들어 먹어볼까?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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