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제안한 마이쭈에서 깨닫는 보상의 심리
남편의 야근으로 아이와 단 둘이 저녁을 먹고 어제에 이어 그림 그리기 놀이를 시작했다. 아이가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매주 월, 수, 금요일에 유치원 선생님이 내주는 언어전달 과제가 떠올랐다.
"후찬아!! 맞다 맞다! 오늘 언어전달이 뭐였다고 했지?"
"응~ 수박화채! 오늘 수박화채 만들었잖아 그래서 수박화채!"
"아~~ 맞다 그랬지? 그럼 엄마가 수박화채 어떻게 쓰는지 알려줄게~"
가방에서 언어전달 노트를 꺼내고 맨 윗 칸에 점선으로 글씨를 써준다.
"자 이제 한번 따라 써볼까?"
처음 따라 쓰는 건 곧 잘하더니, 그다음부터는 장난치기 바쁘다.
'수' 자를 일부러 '소'자로 쓰고 깔깔깔 뒤로 넘어가듯 웃는다.
"엄마 소박 화채 소박화채 크크크크"
"에이 후찬아 어서 지우고 바로 써보자."
"알겠어~ 크크크크 크"
이번엔 수박후채로 쓰고 깔깔거리고 있다.
"엄마 내 이름 후 랑 똑같지? 소박후채 소박후채 크크크크"
"오잉!! 그렇네?? 크크크 후찬아 그런데 글씨 크기도 우리 한번 맞춰서 해볼까?"
얇은 선으로 동그라미 네개를 그리고는 아이에게 말했다.
"이 동그라미 안에 들어가도록 글씨를 써보는 거야!"
하지만 아이는 이미 나와 장난치는 재미에 빠져 글씨 쓰기에는 관심이 없었다. '수'를 또 '소'로 쓰며 깔깔거리고 있다.
"에잉? 엄마는 후 찬이가 글씨 멋있게 잘 쓰면 마이쭈 하나 주려고 했는데..(그럴 수 없어서 아쉽네..)”
순간 아이의 눈이 커지더니 이내 연필을 강하게 부여잡고 또박또박 예쁜 글씨를 순식간에 써 내려가는 것이 아닌가. 집중하면 입을 오므리고 혀를 내미는 특유의 표정도 처음으로 나왔다. 10분 넘게 걸린 수박화채 3번 쓰기였지만, '마이쭈'라는 보상을 제시한 이번엔 1분 안에 끝이 나버렸다.
약속한 대로 마이쭈 한 알을 건네고, 마이쭈가 4알 남아있으니 이건 다음에 또 글씨 잘 쓰면 엄마가 줄게 약속했다.
아이의 180도 달라진 글쓰기에서, 나는 '보상'이 갖는 위력을 경험했다. 제시한 보상이 당사자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었을 때, 그 보상은 하고자 하는 일에 몰입하게 하고, 훌륭한 성과를 만들어 낸다.
마이쭈는 너무 달아서 내가 거의 주지 않는 터라, 아이에겐 너무나 먹고 싶은 간식이었던 것이다. 물론 먹고 나서 양치를 열심히 해야 하고 너무 많이 먹어서는 안 된다는 규칙은 필요하지만, 가끔씩의 이런 보상은 꽤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오늘 경험했다.
아이도 작은 간식 하나에 이렇게 태도가 돌변하는데, 어른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그것이 물질적 보상이 되었든, 심리적 보상이 되었든 간에, 보상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문득, 누군가가 내게 먼저 보상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내가 원하는 목표를 위해 내가 스스로에게 보상을 준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를 써보고, 이것들을 이뤘을 때 내가 진짜 누리고 싶은 (혹은 갖고 싶은) 것들을 스스로에게 선물하기로 약속하는 거다.
이렇게 스스로를 보상으로 채찍질하다 보면, 어찌어찌 내가 원하는 수준 비슷한 언저리까지 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해야지 해야지 생각하고도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았던 일들을 생각해보고, 이것들을 이뤄냈을 때 내게 줄 보상들은 무엇일지 고민해봐야겠다. 아이에게 줄 더 다채로운 보상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