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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레옹 Oct 05. 2021

당근 마켓이 날 웃게 해

여기 키워드 알람 설정 제대로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번쯤 사용해봤을 법한 당근 마켓. 중고거래를 인근 지역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나 역시 중고 거래에 대한 거부감은 크게 없는 편인데, 특히 육아를 하면서 한철 쓰면 되는 장난감이나 책 종류는 중고 거래를 애용해왔다.


영국에서 귀국 짐을 정리해 한국으로 올 때 무게가 많이 나가는 책들 역시 웬만하면 다 중고거래로 정리를 하고 왔다. 한국어로 된 유아 책은 한국 엄마들이 모여있는 네이버 카페를 통해, 그 외 생활 물품들은 페이스북 동네 중고거래 그룹을 이용해 판매했다. (중고거래는 해외 살이를 두 번째 하면서 터특한 짐 줄이기 노하우이기도 하다.)


그렇게 중고거래로 짐 부피를 줄이고 한국에 돌아온 우리 가족에게 남은 살림살이는 큰 박스 다섯 개와 큰 캐리어 2개, 작은 캐리어 2개, 아이 자전거가 전부였다. 짐을 풀고 하나 둘 필요한 살림살이를 다시 장만했다. 특히 무게 나가고 부피가 큰 아이 장난감은 거의 가져오지 못했던지라 아이 방이 휑 했다. 이때부터 나의 당근 마켓 키워드 설정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어린이 도서, 과학도서, 블록놀이 같은 것들을 키워드 설정해놓고 알람이 뜨면 바로바로 확인해 신속하게 거래했다. (중고거래에서 저렴하게 잘 나온 물건은 댓글 속도가 거래의 승패를 좌우한다.) 가까운 곳에서 물건을 바로 가져올 수 있으니 만족도는 높았다.


그렇게 아이 책과 장난감들을 장만하고 난 뒤 주춤했던 나의 당근 마켓 사용은 최근 들어 ‘나도 좀 스타일입게 옷을 입어보고 싶다’는 늦깎이 패션 열정에 힘입어 다시 불이 붙었다. 열아홉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시작된 여군으로서의 생활 9년. 남들은 이 옷 저 옷 입어보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던 그때, 나는 전투복 아니면 근무복, 외출 나갈 때는 정복, 체육 할 때는 체육복, 행사할 때는 예복. 딱 이렇게 5가지 옷을 정해진 규칙대로 입어야 했다. 당시 체육복 상의를 하의 안에 집어넣어야 했으니 내게 패션 센스가 자리 잡았을 리 만무하다.


그렇게 패션에는 문외한이었던 내가 최근 애정 하는 유튜버 밀라논나 할머니를 만나면서 새로운 눈을 뜨게 되었다. 옷을 통해 자신의 스타일을 표출하고 개성을 드러내는 밀나논나 할머니가 참 멋있었다.


‘그래, 나도 이 할머니처럼 멋지게 옷도 입고 나를 잘 표현하며 살고 싶어.’


이렇게 시작된 나의 ‘패션공부’는 여기저기 유튜버들의 스타일 조언을 주워들으며 작은 시도들을 해보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나에게 맞는 스타일은 어떤 건지 알고 싶지만 모든 옷들을 다 새 돈 주고 사긴 아까우니 실패할 확률을 고려해 당근 마켓을 뒤져보기로 했다. 며칠 전, SPA 브랜드 가운데 힙한 패션을 선보이는 젊은이들이 선호한다는 자라(ZARA) 를 키워드 알람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미개봉 새 상품 같은 게 뜰지도 몰라’하는 기대와는 달리 너무 옛날 자라 옷을 올리는 분들도 많았고 알람이 울려 들어가 보면 자라 키즈인 경우도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최근 자라 키워드로 울린 알람이 나를 웃게 만들었다.


첫 번째 알람

감’자라’면


감자 라면을 판매하는 당근 유저의 알람. 자라가 숨은 그림 찾기처럼 예리하게 모습을 감추고 있다.



두 번째 알람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

아이 키우는 엄마들에게 바이블 같은 책,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를 내놓은 당근 유저. 잘 ‘자라’고 있는 내 아이를 한번 더 생각하게 해준다.



세 번째 (내가 이 글을 쓰게 만든 알람)

산’자락’에서 ‘자란’풋고추

용인의 공기 좋은 산자락에서 자란 풋고추를 선착순 15분에게만 배송드린다는 친절한 당근 마켓 유저. 심지어 난 용인에 살지도 않는데. 곳곳에 두 군데나 숨어있는 자락과 자란을 감지해내는 당근마켓의 훌륭한 키워드 검색 기능, 그리고 탐스러운 풋고추 사진에 나는 그만 빵 터지고 말았다.


그냥  생각 없이 설정해 놓은 자라 알람이 내게 이런 웃음을 선사할 줄이야! 자라, 자라, 앞으로 얼마나  많은 자라 키워드 알림이 뜰까? 하는 호기심이 생기려고 했다. 하지만 직접 입어보고 눈으로 스타일을 확인해봐야 하는 옷의 특성상 당근 마켓  거래는 쉽지 않을  같다. 자라 키워드 알람의 해프닝은 이쯤으로 접어두고, 진짜  스타일을 찾기 위해 진짜 자라 매장에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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