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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레옹 Oct 01. 2021

회복 탄력성, 1분만 기회를 주세요.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1분의 여유

영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온 게 지난 2월 28일이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하고 아이 키우며 살다 보니 한국에의 삶도 7개월이 훌쩍 지났다.


'어머, 벌써 10월 1일이네. 시간 참 빠르다..'


어느새 세 장 밖에 남지 않은 2021년 달력을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 아침부터 오후까지는 직장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회복 탄력성' 교육이 잡혀있었다. 입사부터 지금까지 재택근무로만 달려오며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새로운 환경에 허덕이던 나에게 단비 같은 기회였다. 중간중간 걸려오는 업무 전화 응대로 100% 집중하진 못했지만, 내 마음의 어려움을 보살피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회복 탄력성(Adaptive Resilience)은 무엇일까?

몸에도 여기저기 적재적소에 필요한 근육이 붙어 있어야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듯, 우리 마음에도 적절한 회복의 근육이 있어야 실패하거나 실수해도 이를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다. 교육을 받으며 이런 마음의 근육이 바로 회복 탄력성을 강화시켜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마음의 힘. 실수해도 나를 자책하거나 비난하기보다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감정을 따뜻하게 받아들이고, 이러한 감정의 수용을 바탕으로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미래를 모색해 나가는 힘. 이런 것들이 바로 회복 탄력성이다.


나는 회복 탄력성이 좋은 사람일까?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업무 관계에서 중요하게 소통해야 하는 외부 사람과 오해가 생긴 적이 있다. 그분은 나에게 팀장 연락처를 달라며 직접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중간에서 오해가 생긴 이유와 내용을 잘 설명하려고 했지만, 내 말은 듣지 않았다. 결국 그분은 팀장과 직접 전화를 했고 어찌어찌 갈등이 해결되긴 했지만,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왜 내가 그때 제대로 확인을 안 했을까.'

'이 표현 대신 다른 표현으로 이야기했다면 오해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

'이번 일이 내 능력의 부족함으로 비치는 건 아닐까.'


잘못의 화살을 나에게 돌리는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렇게 자꾸만 나를 탓하고 자책하다 보니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의미는 사라지고 부족하고 못난  사람만 남아 있었다.


회복 탄력성은 이처럼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잘못된 점, 나에 대한 비난, 자책, 실패 등에 집중하기보다, 내가 개선할 수 있는 여지는 무엇인지, 여기서 배울 점은 무엇인지, 지금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잘 받아들이면 좋을지, 부정적인 생각만 하기보다는 지금 내가 감사할 점은 무엇인지 등을 생각해볼 때 우리의 탄력성은 강해질 수 있다.


특히 나는 여기서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그대로 따뜻하게 받아들이는 능력, Self-Compassion이라는 개념에 대해 참 와닿았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책하기만 했을 뿐, 힘들고 어려운 내 감정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내 내면을 바라보며 따뜻하게 위로해주지 못했다.


잠시 단 1분이라도 시간을 멈추고 긴 호흡을 하며 나를 들여다보는 것. 그 1분의 짧은 시간으로 인해 나에게 나를 돌아볼 기회를 주는 것. 그것이 나의 생각을 바꾸고 나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배웠다.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에 놓여서 마음이 많이 힘들구나.'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닌데 오해를 사게 돼 마음이 참 불편하구나.'

'처음 해보는 일이라 잘 몰라서 실수를 하게 되었구나. 더 잘하고 싶었는데 많이 속상하구나.'


이렇게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내 마음을 들여다볼 때, 그리고 내가 내 감정의 주인임을 알고 그 감정을 충분히 보듬어 줄 때, 우리는 문제를 좀 더 명확히 인식할 수 있게 되고, 충분한 감정의 공감을 바탕으로 바른 해결책도 모색해 나갈 수 있는 힘을 키우게 된다.


1분만 나를 살펴볼 기회를 주자.

길게도 필요 없다. 어렵고 힘든 순간과 맞닿을 때, 딱 1분만 심호흡을 하며 눈을 감고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내 감정이 지금 어떤지를 살펴보고 진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에게 해주는 위로를, 나 자신에게 스스로 보내는 것이다. 이렇게 나를 살펴볼 기회를 스스로 주고 나면, 스스로 이 어려움을 이겨낼 용기도, 자신감도 생겨난 든든한 마음의 극육, 회복 탄력성이 붙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이 생겼을 때에도 딱 1분만 그 사람의 관점으로 생각해볼 시간을 갖자.

나의 어려움을 돌보고 이겨낼 회복 탄력성이 생긴다면, 타인과의 갈등에서 오는 어려움 또한 비슷한 방법으로 이겨낼 수 있다. 타인의 생각이 이해되지 않거나 화가 날 때, 딱 1분만 눈을 감고 그 사람이 되어보는 것이다.

'저 사람은 왜 저런 말을 했을까?'

'저 사람에게는 어떤 가치가 가장 중요할까?'

'저 사람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과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며칠 전 남편이 집 인테리어를 해보자고 했을 때, 나는 '안돼. 돈 없어.'라고 딱 잘라 말했지만, (왜냐하면 나에게 '인테리어 = 돈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잠시 남편이 되어 왜 그런 말을 했을까를 생각해보니 나와 남편이 인테리어에 대한 가치와 관념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남편은 건축을 공부했고 건축 연구를 주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보니 집과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도 많고 기준도 높다. (그래서 맨날 심심하면 집을 짓고 싶다고 말을 한다.) 그런 남편이 나에게 인테리어를 해보자고 한건,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의 능력을 맘껏 뽐내고 싶은 인정의 욕구와 함께 집이 아름답기를 원하는 미적 욕구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사람의 입장으로 상황을 해석해보면, 전혀 다른 그 사람만의 세계가 열리면서 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이 이해가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화를 내는 대신, 따뜻한 공감의 말을 하거나 부드럽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어디 말할 곳 없이 혼자 끙끙 힘들어하던 일들이, 오늘 교육을 통해 내 감정부터 제대로 돌보고 받아들여주는 일부터 시작하니 조금씩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 회복 탄력성이 이런 것이구나. 몸에도 필요한 근육이 잘 붙어 있어야 건강하게 오래 살듯, 내 마음에도 필요한 곳에 맞는 탄력 근육이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수시로 연습하고 또 연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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