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밤에 만나 90분 수다를 떨고 싶다면
“언니! 나 언니네 집 앞에 빨래방에 이불 빨러 갈 건데 차 한잔 할까요?”
차로 5분이면 닿을 만큼 가까이 사는 동생 성화에게서 전화가 왔다. 때는 저녁 7시경, 나는 남편, 아이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진짜? 나 밥 다 먹어 가. 금방 내려갈게.”
성화와의 인연은 다름 아닌 아이로부터 시작됐다. 아이와 가장 친한 유치원 친구의 엄마가 바로 성화다.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한 아들이 같은 반 친구 서준이를 계속 이야기했고 서준이가 너무 좋다며 노래를 불렀다. 서로 연락하고 지내면 좋을 것 같아 내 핸드폰 번호를 적은 쪽지를 아이에게 주며 “이거 꼭 서준이 줘. 서준이보고 엄마 주라고 하면 돼~!” 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서준이 엄마, 성화로부터 문자가 왔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밖에서 한두 번 보기 시작하면서 편안한 동네 언니 동생 사이로 발전했다. 우리는 만나면 육아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 이것저것 두서없이 일상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아들 하나를 키우는 나와 달리 성화는 서준이와 동생까지, 아이 둘을 키운다. 그래서 평일 저녁에 만나자고 하기 어려운데, 오늘 먼저 성화가 전화를 해온 것. 반가운 마음에 패딩을 걸치고 집 앞 빨래방으로 뛰어가니 성화가 이불을 커다란 세탁기에 넣고 있다.
“성화야!”
“언니 왔어~? 잠깐만~!”
성화는 만 원짜리를 오백 원짜리 동전으로 바꿔 세탁기를 돌렸다. 눈치 빠른 빨래방 주인이 세탁이 끝나면 건조기를 돌려주겠다고 했다. 우리는 신이 나서 바로 옆 커피숍으로 걸음을 옮겼다.
“언니 내가 불러내서 고맙지? 크크 자유를 즐겨.”
“야 정말 고맙지. 이렇게 저녁에 보니까 좋다. 뭐 마실래?”
우리는 손님 없는 동네 카페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유치원에서 아이들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 남편 이야기, 성화의 재취업 희망 이야기까지… 쉬지 않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이불 건조까지 다 끝난 시간에 이르렀다.
“언니 이제 일어날까? 여기도 곧 마감이니까 마감 전에 나가줘야 저분들도 일찍 집에 가지”
배려심 많은 성화답다. 나 같으면 마감이 9시라고 하면 8시 58분까지는 있을 것 같은데. 나보다 어리지만 배울 점 많은 동생이다.
그렇게 우리는 빨래방에서 같이 큰 이불을 사각으로 접었다. 차까지 이불가방을 같이 들어주고는 헤어졌다.
“언니 들어가~”
“응 이불 자주 빨아~~”
“크크크 알겠어~~”
총총걸음으로 집에 다시 걸어가는데 문득 ‘빨래방 데이트’ 참 괜찮은데? 생각했다. 비록 나는 이불 빨래를 집 세탁기로 하지만 성화가 빨래방을 이용해 참 다행이지 싶다. 세탁기와 건조기까지 돌리면서 90분 남짓 시간 동안 즐겁게 대화를 할 수 있으니 왔다 갔다 하지 않아도 되고 얼마나 좋은가!
그렇게 동생과 헤어져 집에 오니 아이는 이미 곤히 자고 있다. 서로 공감하며 마음 편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동생이 가까이 살아서 참 감사하다. 아이들이 이어준 이 인연이 참 소중하다. 요즘 성화네 둘째가 밤에 이불에 쉬를 자주 한다던데.. 당분간은 빨래방 데이트를 자주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좋은 (?)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