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 치고는 너무 괜찮은데?
임신과 출산, 수유로 카페인을 멀리했던 시절이 있었다. 커피를 먹고 싶어도 참고, 참고 참아도 먹고 싶으면 디카페인 커피를 마셨다. 출산 후 6개월간 애썼던 수유 기간이 끝난 뒤 내게 해방이 찾아왔다.
- 귀하는 언제 어디서든 카페인을 섭취해도 되는 자유인이 되셨습니다-
잘 나오지도 않는 모유를 쥐어짜던 유축기를 당근 마켓으로 팔아버리고 나는 그렇게 카페인에 해방된 자유인이 되었다. 커피를 마음껏 마시지 못했던 시절에 커피를 간절히 갈망했던 마음과 피곤한 육아가 만나, 커피는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인생 찐 아이템이 되었다.
주로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는데, G7 에스프레소 스틱을 온라인으로 주문해 한 봉지씩 타 먹는다. 최근 G7 커피가 다 떨어져 방황하는 사이, 남편이 아이를 등원시키고 오는 길에 집 앞에 있는 GS 25 편의점의 아메리카노를 두 잔씩 사 오기 시작했다.
"여보 이거 마셔봐. 편의점 커핀데도 퀄리티가 좋아."
"그래?"
남편이 건네주는 GS25 커피를 받아 한 모금 마시니 목이 부드럽게 넘어간다. 지나치게 쓰지도 않고 시지도 않아 아침을 깨우는 모닝커피로 적격이다. 어떨 때는 점심을 먹고 나서 또 커피가 마시고 싶어 편의점을 가기도 한다. 작은 컵 1200원, 큰 컵 1500원 가격도 착하다.
오늘도 내 책상에는 큰 컵에 받아온 1500원짜리 GS편의점 아메리카노가 위풍당당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노트북, 모니터, 키보드야. 안녕? 난 카페25 아메리카노 큰컵이야. 너희는 일하느라 바쁘구나. 나는 주인님의 카페인 충전 임무를 띠고 이 책상에 당당히 서 있단다. 난 오늘 임무가 끝나면 거룩하게 내 생을 마감하려고 해. 그럼 각자 열 일하 자구!"
커피가 이렇게 내 책상에 놓인 사물들과 대화를 하는 듯하다. 오늘 내 몸에 적절한 카페인을 수혈한 뒤 사라질 GS 25 커피! 아마도 나는 내일 또 너를 만나러 갈 것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