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멜레옹 Jan 18. 2022

1500원의 행복, GS편의점 커피

1500원 치고는 너무 괜찮은데?

임신과 출산, 수유로 카페인을 멀리했던 시절이 있었다. 커피를 먹고 싶어도 참고, 참고 참아도 먹고 싶으면 디카페인 커피를 마셨다. 출산 후 6개월간 애썼던 수유 기간이 끝난 뒤 내게 해방이 찾아왔다.


카페인 해방

- 귀하는 언제 어디서든 카페인을 섭취해도 되는 자유인이 되셨습니다-


잘 나오지도 않는 모유를 쥐어짜던 유축기를 당근 마켓으로 팔아버리고 나는 그렇게 카페인에 해방된 자유인이 되었다. 커피를 마음껏 마시지 못했던 시절에 커피를 간절히 갈망했던 마음과 피곤한 육아가 만나, 커피는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인생 찐 아이템이 되었다.


주로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는데, G7 에스프레소 스틱을 온라인으로 주문해 한 봉지씩 타 먹는다. 최근 G7 커피가 다 떨어져 방황하는 사이, 남편이 아이를 등원시키고 오는 길에 집 앞에 있는 GS 25 편의점의 아메리카노를 두 잔씩 사 오기 시작했다.


"여보 이거 마셔봐. 편의점 커핀데도 퀄리티가 좋아."

"그래?"


남편이 건네주는 GS25 커피를 받아 한 모금 마시니 목이 부드럽게 넘어간다. 지나치게 쓰지도 않고 시지도 않아 아침을 깨우는 모닝커피로 적격이다. 어떨 때는 점심을 먹고 나서 또 커피가 마시고 싶어 편의점을 가기도 한다. 작은 컵 1200원, 큰 컵 1500원 가격도 착하다.


오늘도 내 책상에는 큰 컵에 받아온 1500원짜리 GS편의점 아메리카노가 위풍당당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노트북, 모니터, 키보드야. 안녕? 난 카페25 아메리카노 큰컵이야. 너희는 일하느라 바쁘구나. 나는 주인님의 카페인 충전 임무를 띠고 이 책상에 당당히 서 있단다. 난 오늘 임무가 끝나면 거룩하게 내 생을 마감하려고 해. 그럼 각자 열 일하 자구!"


커피가 이렇게  책상에 놓인 사물들과 대화를 하는 듯하다. 오늘  몸에 적절한 카페인을 수혈한  사라질 GS 25 커피! 아마도 나는 내일  너를 만나러   같구나!

우리 내일 또 만나요?
작가의 이전글 시할머니와 코로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