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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레옹 Jul 25. 2022

시어머니랑 사우나 데이트

시어머니가 열어준 사우나 세상

“(휴대폰 진동음이 울린다) 웅— 웅—“

토요일 아침 8시, 어머니 전화다.

“(잠에 취한 목소리로) 어머니”

“크크 자는겨?”

“어제 너무 늦게 잤어요 (하품소리) 흐암—“

(전화기 소리로 아버님 소리도 들린다 - 허허 안되겄다 더 자야겄다)

“아이고 ㅋㅋ 목욕탕 갈텨?”

“아 안 그래도 아침에 갈라고 알람 했다가 다시 잤어요. ㅋㅋ 갈래요.”

“ㅋㅋ 우린 등산하고 집 가는 길이다. (도대체 몇시에 일어나신건지?? ㅋㅋ) 집 가서 옷 갈아입고 데리러 갈게”

“넹”


나는 토요일 아침마다 나에게 주는 선물로 목욕탕을 간다. 7시쯤 일어나 9시쯤 돌아오는데 사우나와 냉탕을 오가면 그렇게 행복하다. 오늘도 어김없이 목욕탕을 가려고 알람을 해놨는데 그만 못 일어나고 말았다. 때마침 어머님 전화로 목욕탕을 갈 수 있게 된 것.


나의 시어머니는 약 20년간 매일같이 아침마다 목욕탕으로 하루를 시작하시는 목욕 마니아다. 건강상의 이유로 (내가 결혼하기 전) 자궁 수술도 했었고 지난해에는 갑상선암 진단까지 받고 수술도 했지만 목욕탕 반신욕, 사우나로 무적의 건강한 생활을 이어가고 계신다. 존경..!


서로 다른 목욕탕을 가기 때문에 잘 안 만나지만 오늘은 오랜만에 같이 목욕탕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예전엔 같이도 많이 다녀서 목욕탕에 어머니 친구들(이모들)도 나를 알 정도다.


사실 나는 목욕탕을 싫어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결혼을 하고 신혼 때에는 어머니랑 한 두 번 갔던 게 다였는데 아이를 낳고 난 뒤 냉온욕을 하니 부기가 빠지는 놀라운 경험을 한 뒤로 목욕을 좋아하게 됐다. (특히 나는 몸에 열이 많은데 땀을 빼고 냉탕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지상낙원, 천국이 따로 없다.)



주차장에서 어머니를 만나 목욕탕에 이르렀다. 혼지 목욕을 할 때는 조용히 있다가 오지만 20년 목욕 마니아 어머니랑 가면 동네에 목욕을 사랑하는(매일같이 목욕탕에 오시는) 이모들께 인사부터 먼저 한다.


“딸이야?”

“우리 며느리”

“아 안녕하세요~”

“어머나~ 시어머니하고 목욕을 다 오고~~ 착하다~”

“사우나 좋아해서요 ㅎㅎ”


사람들은 어머니와 나 둘이서 커피에 빨대를 두 개 꽂아 마시며 온탕 사우나 냉탕을 누비는 광경을 때로는 신기하게 바라본다.


“아유 며느리랑 사이도 좋아~”

“딸보다 더 닮았어”

한 마디씩 하며 미에로 화이바도 선물해주신다. 목욕탕 이모들 의리가 장난이 아니다.


특히 피부가 가무잡잡하니 톤이 거의 똑같은 어머니와 나는 딸이 아니냐는 오해를 자주 받곤 하는데 이젠 하도 자주 들어서 놀랍지도 않다.



그렇게 우리는 사우나 - 냉탕 - 사우나 - 냉탕을 반복하고 한껏 행복감에 젖어 목욕탕을 나왔다.


“아유 개운허다”

“어머니 덕에 오늘 목욕탕 왔네 감사해요ㅎㅎ”

“좋지~? 이게 힐링이지”

“ㅋㅋㅋ 그니까~”


어머니 차로 어머니를 볼일 보는 곳에 모셔다 드리고 그 차를 몰고 집으로 왔다. 남편과 아이를 만나 점심을 먹고 주말을 보냈다.


어떻게 시어머니랑’ 하는 불편한 생각을 했다면 결코 목욕을 같이 (그것도 재밌게)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어머니 며느리 사이가 아닌 여자 대 여자로 목욕탕에서 만났다면 이모 언니 하며 사이좋게 지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그렇게 불편하거나 어려울 것도 딱히 없는 것 같다. 한 번이 어렵지, 둘 다 목욕을 좋아하는데 같이 못 즐길 이유도 없지 않은가.


취미를 공유하는 시어머니와 . 우리는 목욕에 있어서만큼은 대동단결이다. 여행을 가도 1박을 하면  다음날 아침은 목욕탕이다. 내게 사우나와 냉탕의 기쁨을 알려준 어머니께 진짜로 감사하다. 이제    열심히 살고 토요일 나만의 힐링 시간을 누릴 생각을 하면 하루 하루 토요일을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어머님께서 내가 다니는 목욕탕의 할인쿠폰 3장을 주셨다. 야호!) 어서 빨리 토요일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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