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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레옹 Jul 18. 2022

무조건 먼저 사과하는 건 잘못된 버릇

황당한 무접촉 사고 신고 이야기

어제저녁, 복날이라고 삼계탕을 끓이신 어머님이 온 가족을 초대했다. 할머님, 아버님, 어머님, 작은 아버님, 작은 어머님, 도련님들, 아가씨, 그리고 우리 식구 셋까지 그야말로 대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우리는 다들 가까이 살아서 종종 이렇게 먹을 음식이 생기면 시댁으로 모인다)


배불리 영양을 보충하고 팥빙수까지 먹고 나니 어느덧 시계가 밤 10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졸려하는 아이를 보고서는 서둘러 집을 나섰다.


시댁과 우리 집은 차로 약 10분이 안 걸리는 거리인데, 차를 타고 가면서 남편이 좋아하는 노래를 함께 들었다.


“아 나 이 노래 알아. 이 노래도 이 사람이 부른 거야?”  

우리는 제이슨 므라즈라는 가수가 부른 Lucky라는 노래를 듣고 있었는데 조용하고 한적한 밤에 잘 어울리는 노래였다.


아파트 정문으로 들어서기 위해 우회전을 하려는 찰나, 갑자기 차 한 대가 급정거하면서 우리 앞을 막아섰다. 그러더니 차에서 운전자가 내리더니 깜빡이를 안 키고 들어오면 어쩌냐, 아이가 다쳤다며 화를 냈다. 우리와 대화를 해보려는 시도는 하나 없고 바로 사고 접수를 하겠다며 112에 신고했다.


우리는 굉장히 천천히 운전하고 있었고 스무스하게 우회전을 했는데 어이가 없었다. 운전을 하던 남편이 화가 나 차에서 내리려 했지만 내가 일단 말렸다. 도로 한가운데를 막고 선 그 차 때문에 뒤에 차들이 통행을 못하고 있었다.


남편은 차에서 내려 그 사람에게 뒤에 차들이 못 움직이니 일단 차를 앞에 주차하고 기다리자고 했다.

경찰이 왔고 우리 차에 전방 블랙박스까지 보여줬다.

나도 답답해 차에서 내려 정황을 살펴보려 했다. 그 차에 뒷문이 열리더니 돌 정도 돼 보이는 아기와 엄마가 앉아 있었다.

그 아기 엄마는 운전석 머리 부분에 이마를 부딪혔고 아이가 놀라서 울었지만 아이는 카시트에 있어서 다치지 않았다고, 괜찮다고 했다.


나도 일단 아기가 울었다고 하니 아 그러셨나요? 놀라게 해 드려 죄송해요. 하고 말을 건넸다.


하지만 흥분한 운전석 아저씨는 자신의 블랙박스 카드를 꺼내며 확인해보라고 했다. 경찰관은 수사관이 배정되면 그때 파일을 보내달라고 했고 우리는 각자 (같은 입주민)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서 블랙박스 카드를 확인해보니 전방밖에 없어 정황을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이것저것 검색한 남편이 마침내 후방 카메라 녹화본을 찾아냈다.


후방 카메라로 보니 브레이크를 밟아 머리를 부딪혔다는 그 차가 매우 과속을 하며 달려오고 있었다. 50km 도로인데 분명 엄청 빨리 달려왔고, 2차선에 있던 우리 차가 3차선으로 가려다 아예 들어가지도 안 않는데 급정거를 했다. 그러더니 우리 차 앞으로 확 들어오면서 보복운전을 했고 초록불 신호등 상태에서 차량을 도로 한가운데 세우고 통행을 막았다.


남편은 음악을 듣고 이야기하며 가느라 깜빡이를 안 키고 들어가려고 하다가 들어가지 않았다고 했다.  후방으로 보았을 때 3차선 차선으로 아예 들어가지도 않았던 것이 확인됐다. 그 차가 급정거하면서 머리까지 부딪힌 것은 그 차 속도가 엄청 빨랐기 때문인데 (좋게 이야기하며 서로 사과하고 끝낼 수 있는 일을) 그 차량의 운전자는 다짜고짜 속도를 내고 우리 차를 막아서며 위협적인 운전을 했다. 게다가 불필요하게 112 신고까지 본인 스스로 했으니 우리로서는 정말 황당했다.


남편도 후방 블랙박스를 보더니 더 화가 난다며 이건 분명한 보복운전으로 보인다고 했다. 담당 수사관이 정해져 블랙박스 파일(후방 포함)을 메일로 보냈다.


순간 나는 사건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 화를 내는 운전자와 차에 탄 분에게 두세 번이나 많이 놀라셨나요?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했던 내 태도를 곱씹어봤다.


그 사람이 훅 들어와 나와 남편, 아이 역시 매우 놀랐는데(블랙박스에도 깜짝이야. 뭐야? 저 차 왜 저래? 하는 녹음이 다 되어 있는데) 큰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 그냥 사과부터 한 것. 과연 이게 옳았을까? 우리도 놀랐다고, 갑자기 그렇게 확 들어서며 길을 막아서면 어떻게 하냐고 이야기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많은 생각이 오갔다.


물론 나는 분란이나 소란을 만드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의 사람이다. 웬만한 건 좋게 좋게 (사과가 필요하다면 사과를 하고) 얼굴 붉힐 일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게 때론 좋게 작용할 때도 있지만, 상대가 자신의 잘못은 1도 이야기하지 않으며 우리 탓만 하며 이를 112에 신고까지 하니 나도 황당하고 화가 났다.


이번 일을 계기앞뒤 정황을 살펴보기 전에 사과부터 하는 버릇은 고쳐야겠구나 생각했다. 상대가 큰소리치고 화부터 낸다고 해서 내가 100% 잘못한 것은 아님을,  사람의 분노가 정당한지 따져보고  사람의 잘못된 행동은 없었는지 또한 반드시 따져보아야 함을, 나는 이번의 황당한 112 신고를 통해 배웠다.


아직 경찰서에서 연락은 오기 전이지만, 먼저 신고을 한 그 사람의 잘못도 꽤 커 보인다. 과연 그 사람이 우리에게 사과를 할지 모를 일이지만, 생각할수록 황당한 사건이다. 이번 일을 통해 배운 점을 잘 기억하고 무조건 사과부터 하려는 내 버릇을 고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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