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1 입학을 앞둔 아이의 마지막 유치원 방학이 시작됐다. 남들은 3주씩 하는 방학이지만, 우리 집 아들은 일하는 엄마아빠 때문에 일주일 쉰다. 하지만 이 일주일도 버거워 허덕이는 한 엄마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나다.
방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월요일,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메일을 체크하고 있었다. 좀 더 자주기를 바라는 엄마 마음과 달리, 아이는 여느 때처럼 7시 반쯤 눈을 떴다.
터벅터벅 내 방으로 온 아이가 잠에서 덜 깬 표정으로 묻는다.
“(눈을 비비며) 엄마 뭐 해?”
“응 엄마 일 좀 하고 있어. 후찬아 오늘부터 방학인데 좀 더 자~~”
“방학이라고 늦게까지 자고 그러면 안돼.”
“(당황하면서도 속으로 웃으며)아 그렇지 참.. 화장실부터 갔다 와. “
‘아이는 유치원에서 정말 제대로 배우는구나. 그렇지. 방학이라고 늦게 자고 그러면 안 되긴 하지.’
뼈를 때리는 아이의 팩트공격에 속수무책 무너진 나는 정신을 차리고 아침밥을 챙겼다. 같이 재택근무를 하는 남편과 미팅 일정을 확인하고 오전엔 내가 좀 더, 오후엔 남편이 좀 더 아이와 시간을 보냈다.
아파트에 살면서 마음껏 뛰어 놀지도 못하고 밖에 놀이터를 나가려 해도 미세먼지가 자욱했다. 아쉬운대로 침대에서 점프를 하며 슈퍼맨 놀이를 했다.
둘째 날은 내가 하루 휴가를 냈다. 아이가 평소 만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친구들과 만나기로 했다. 알던 엄마 한 명, 처음 보는 엄마 한 명과 인사를 나누고 아이들이 노는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각기 다른 아이들의 특성, 그리고 각기 다른 남편들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한 어머니가 말을 너무 재밌게 해서 시간이 금방 갔다.
아이들과 같이 식사를 하고 좀 더 이야기를 하려고 집 근처 카페로 갔다. 어쩌다가 친구 때문에 아이 마음이 상했는데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울고 집에 간다고 소리치고..) 그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 집으로 왔다.
시간은 오후 4시. 녹초가 된 기분이었다. 휴가까지 쓰고 친구들과 시간을 갖도록 해주고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아이가 속상해하니 내 마음도 덩달아 무거워졌다. 맙소사. 아직도 화요일이다.
수요일에는 남편이 휴가를 내고 아이와 미술 체험을 하러 갔다. 육아 동지 남편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저녁에는 내가 아이와 놀았다. 유치원에서 선물 받은 레고를 뜯어 밤 9시까지 트럭을 만들었다. 꼭 완성된 트럭을 보고싶다는 아이의 말에 혼신을 다했다.
목요일에는 남편이 사무실로 출근을 했다. 나는 재택근무다. 오전 미팅을 하면서 점심으로 먹을 음식을 배달주문했다. 아이는 레고도 하고 킨더큐브로 만든 팽이도 돌리고 만화도 보았다. 이제 점심을 먹고 나면 오후에 태권도를 갈 예정이다. 태권도에서 힘을 많이 많이 쏟고 오렴 아들아.
금요일이 남았다. 재택 하는 남편과 이래저래 아이를 돌보아야 할 것이다. 아이에게 재미있는, 신나는 방학을 선물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다. 그래도 나는 내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일주일이 참 길다. 내게 유치원 방학은, 먹다가 목에 걸린 고구마다. 참 답답하고 막막하다. 아이가 다시 유치원을 가면 동치미같은 시원함을 맛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