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6년 차, 남편과 나의 차이점 분석
남편과 나는 참 다르다.
물론 사람이 어떻게 똑같겠냐만은, 곰곰이 따져보니 남편과 나는 여러 분야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을 살아가면서 깨닫기 시작했다.
1. 남편은 섬세하고 나는 둔하다.
남편은 예민한 사람이다. 미술을 전공한 남편은 결혼 전 집에서 작업을 할 때 가족 중 누가 조금만 소리를 내도 오만 짜증을 다 냈다고 한다.
나는 조금 심할 정도로 둔한 사람이다. 팔뚝에서 피가 철철 나고 있는데 그걸 한참 뒤에 발견한다. 어디서 어떻게 다쳤는지 모른다. 분명 피가 날 정도면 꽤 아팠을 텐데 그걸 모른다니. 나도 이런 내가 신기하다.
한번은 남편과 내가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신혼생활을 할 때 내가 냄비에 가스 불을 올려 놓고 까맣게 잊어버린 적이 있었다. 그 때에도 남편이 냄새를 맡아 큰 일로 번지지 않았다. 예민한 성격의 남편이 아니었다면 집을 홀라당 태워 먹고 집주인에게 쫓겨났을지도.
2. 남편은 야행성이고 나는 아침형이다
남편은 밤에 높은 집중력을 발휘한다. 예대를 다닐 때에도 밤샘 작업이 많았다고 한다. 이제 그도 30대에 접어들어 20대 때처럼 밤을 새지는 못하지만, 5년 넘도록 지켜봐 온 결과 분명한 건 남편이 야행성이라는 사실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을 가장 힘들어한다. 아침에는 세포들이 활동을 안 하는지 먹는 것도 시원찮다. 아침에 밥을 주면 목이 메는지 잘 못 먹는지라 블루베리나 바나나 등을 넣고 주스를 갈아주는 편이다.
나는 완전한 주행성으로, 이르면 이를수록 정신 집중이 잘된다. 이런 사람들을 아침형 인간, 또는 새벽형 인간이라고 부르는데, 내가 여기에 속한다. 내가 가장 높은 집중력으로 업무 할 수 있는 시간은 새벽부터 낮 12시 사이의 시간이다. 밤 9시 이후로는 독서 외에는 일을 거의 하지 않는다. 집중력이 떨어져 업무 능률이 낮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는 주 활동 시간대가 전혀 다르다. 내가 남편과 수다를 떨고 싶어지는 저녁 8시~9시는 보통 남편이 초고도의 집중을 발휘하기 위해 시동을 거는 시간이다. 남편이 집중 해 있을 땐 그냥 혼자 조용히 방에 들어와 책을 보거나 먼저 잔다. 반대로 늦은 밤에 남편이 나와 뭔가를 상의하려고 할 때, 나는 거의 비몽사몽의 상태다. 이런 경우가 반복되니 이제 남편은 밤늦은 시간에 나에게 뭘 물어보지 않는다.
3. 남편은 볼일 볼 때 30분이 필요하고 나는 30초가 필요하다.
이 영역은 정말 결혼을 하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다. 남편은 화장실 변기에 오래 앉아 있는다. 휴대폰으로 꼭 축구를 본다. 넉넉히 30분은 소요되는 것 같다. 같이 준비해서 외출하려고 하면 남편은 꼭 이런 말을 해서 속에 천불이 나게 한다.
"응. 잠깐만. 나 똥 좀 싸고."
남편이 말하는 잠깐만이 약 30분이기 때문에 언제나 외출에 큰 차질을 빚는다. 내가 이런 남편의 행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정말 빨리 볼 일을 보기 때문이다. 나는 변기에 앉았다가 거의 곧바로 일어난다. 30초면 족하다. 1분이면 호사를 누릴 여유로운 시간이다. 울트라 특급 장을 가진 것이 틀림없다.
결혼하고 살면서 나는 변기에 오래 앉아있는 남편을 늘 신기하게 바라본다. 남편은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바로 나오는 나를 신기하게 바라본다. 우린 아직도 서로에게 신비로운 존재다.
4. 남편은 돈이 있는 대로 쓰고 나는 돈을 모아둔다.
남편은 용돈 만원을 주면 만원을 쓴다. 십만 원을 주면 십만 원을 쓴다. 백만 원을 주면 백만 원을 쓸 것이다.(아직까지 백만 원을 줘본 적이 없으므로 그럴 것으로 추측한다.) 어쩜 그렇게 주는 족족 정확히 쓰는지, 정말 신기하다. 돈이 손에 들어오면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마법을 부리는 듯하다.
나는 만원이 있어도 계획된 지출만 쓴다. 십만 원이 있으면 9만 원은 사용하지 않는 계좌로 보내 놓고 필요한 돈만 사용할 수 있게 체크카드에 넣어둔다. 그러면 나한테 만원만 있다는 기분이 들어 필요 이상의 큰 소비를 잘하지 않게 된다. 이런 이유로 우리 집으로 굴러들어 오는 모든 돈은 무조건 내가 관리한다.
5. 남편은 의심을 잘하고 나는 사람을 잘 믿는다.
군인 출신들이 사회 나오면 사기당하기 딱 좋다고 하는데 내가 바로 그 표본이다. 누구든 말을 하면 '아, 그렇구나.' 하고 듣고 있다. 사기꾼들이 제일 선호하는 인간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천성이 의심을 잘 못하는 성격이다.
남편은 일단 의심하고 본다. 진짜야? 정확해? 예리한 눈빛으로 상대를 파악한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걸 좋아한다. 난 그냥 돌다리이면 돌다리이구나 하고 마는데. 정말 다르다.
늘 내 주위에서 예리하게 돌다리를 두들겨 주는 남편이 없다면 난 아마 사기를, 그것도 크게 당했을지 모른다.
6. 남편은 비싼 옷을 하나 사서 오래 입고 나는 싼 옷을 여러 개 사서 짧게 입는다.
우리 둘은 옷을 사는 패턴이 굉장히 다른데, 남편은 선호하는 브랜드 몇 개가 정해져 있다. 그 브랜드를 물색하다가 세일이 떴다 하면 옷을 구매하는 편이다. 질 좋은 옷을 사서 잘 입고 관리도 잘한다. 오래 입기까지 하니 꽤 현명한 소비다.
나는 브랜드를 잘 모르고 따지지 않는다. 나는 비싼 원피스 1개보다 좀 저렴한 원피스 5개를 갖는 게 더 좋다. 다양한 스타일을 입어볼 수 있고 시도해 볼 수 있으니까!?
하지만 같이 살면서 남편의 소비가 나보다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도 조금씩 패턴을 바꿔보려 한다.
"나 진짜 이제 싸구려 옷은 안 살 거야!"라는 말만 결혼하고 10번도 넘게 한 것 같다. 그래도 아직까지 나는 비싼 옷보다는 저렴한 옷에 눈이 먼저 간다.
7. 남편은 말이 많고 나는 말수가 적다.
이건 정말 남편과 나만 아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대외적으로는 내가 밝고 유쾌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사람들을 만났을 때는 나도 때에 따라 말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편과 나, 단 둘이 있을 때 조잘거리며 수다를 떠는 사람은 주로 남편이다. 나는 남편에게 이런 말을 종종 한다.
"여보, 여보는 바다에 빠지면 말을 해야하니까 입술이 제일 위로 동동 떠다닐거야."
나는 보이는 이미지와는 달리 의외로 과묵하고 조용히 있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글을 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말보다는 글이 좋다.
이는 휴대폰을 사용하는 방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남편은 거의 대부분 전화다. 내 휴대폰에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 목록에 90%는 남편이다. 반대로 나는 대부분 문자 메시지, 주로 카톡을 이용한다. 심지어 집에 같이 있어도 내가 방에 있고 남편이 거실에 있으면 카톡을 한다.
전화를 잘하는 남편은 나뿐만 아니라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도 전화를 잘한다. 우리 엄마 아빠한테도 전화를 참 잘한다. "장~ 모~ 님~ 식사는요?" 하며 애교를 부린다. 나는 엄마든 어머님이든 사돈에 팔촌이든 먼저 전화를 잘 걸지 않는다. 전화는 잘 안해도 사진을 자주 찍어 카톡으로 보내 드린다.
8. 남편은 지나친 건강 염려증을, 나는 지나친 건강 불감증을 갖고 있다.
남편은 어렸을 때 많이 아팠다. 중학교 때 편도를 제거하는 수술을 하기도 했고 몸이 약하기도 했다고 한다. 의사가 남편에게 약사냐고 물어볼 정도로 어떤 약에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를 꾀고 있다. 언제 병에 걸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늘 갖고 산다. 몸이 좀 으슬으슬하다 싶으면 혼자 알아서 약도 미리미리 잘 챙겨 먹는다.
나는 일단 잘 아프지 않다. 아파도 웬만하면 약 같은 건 잘 안 먹는다 그러니 약이 무슨 성분인지는 더더욱 모른다. 내가 아파서 병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루에 1초도 하지 않는다.
감사한 건, 남편이 병이나 약에 대해서 아는 게 많아서 아이가 아플 때 필요한 처방을 잘한다는 점이다. 집에 주치의 한 분이 계신 것과 마찬가지다. 나와 다른 남편이 있어서 참 다행인 부분이다.
9. 남편은 팀 스포츠를 좋아하고 나는 개인 스포츠를 좋아한다.
남편은 축구 광이다. 새벽에 축 그리그가 중계된다고 하면 3시나 4시에도 벌떡 일어나 축구를 본다. 일요일 아침마다 아침 7시에 벌떡 일어나 조기 축구를 하러 간다. '축구'에 의해 온 몸의 세포들이 재배열돼 있다. 승부가 있는 경기, 짜릿한 골의 쾌감을 즐긴다.
그의 머릿속에는 전 세계 지도가 축구 선수에 의해 그려져 있다. 각국 선수들의 세세한 프로필까지 다 알고 있다. 영국에서 가끔 택시를 타게 되는데, 어떤 택시 기사를 만나도 그 기사 분의 국적에 맞춰 축구 선수 이야기로 썰을 푸는 기이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나는 개인 스포츠를 좋아한다 운동을 할 때 누구도 내게 말을 걸지 않기를 원한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운동으로는 수영과 달리기, 마리톤이 있다. 운동신경과 기술은 없어도 지구력만 있으면 되는, 공으로 하지 않는 스포츠는 모두 환영이다. 나는 이 지구력으로 하프 마라톤을 뛰기도 했다.
결혼 6년차, 이렇게 많은 차이점들이 존재하지만 (그리고 아직 더 많이 있겠지만) 충분히 잘 맞춰가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요즘이다. 때로는 내가 갖지 못한 점을 남편이 갖고 있어서 내 부족한 부분을 매워주기도 하고, 반대로 내가 남편의 구멍을 매우기도 한다.
만약 우리가 너무 닮아 있다면, 그것도 좀 재미없었을 것이다. 어떤 일이나 사건이 생겼을 때, 나와 다르게 반응하는 남편이 있어서 우리 부부는 조금 더 균형 있는 존재가 되어 가는 게 아닐까.
아직까지 내가 알지 못하는 남편의 모습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서로에 대해 잘 알아가려는 노력은 계속 필요하다. 잘 알수록 서로를 더 배려할 수 있고, 더 이해할 수 있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