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어떻게 변하는가
며칠 전 나도 변했다는 남편의 말이 내 가슴을 때렸다.
“여보도 신혼 땐 방귀 소리도 못 듣게 하더니 이제는 막 내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꺼억 꺼억 트림하고 방귀 뀌고 다 하잖아 여보도 변했어!!”
‘헉! 참, 내가 그랬지...’
남편이 달라진 것만 생각했던 나는 순간 뜨악했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했는데, 역시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로구나.
신혼 초 나는 갑자기 방귀가 나오는 게 그렇게 당혹스러웠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남편 귀를 양 손으로 꽉 틀어막은 뒤 “귀 막아!!! 귀 막아!!!!! “라고 크게 소리치며 방귀를 뀌는 것이었다.
방귀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엄청나게 큰 소리로 외치는 게 포인트다.
내가 방귀가 나오려 할 때마다 남편 귀를 막은 채 소리를 쳤기 때문에 우리는 이 시간을 하나의 의식처럼 여기며 즐겼다(?).
하지만 이 귀 막아 전법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면서 본격적인 아주머니 대열에 오른 나는 어느 날부터인가 뿡 뿡 하고 그냥 방귀를 자연으로 내보내기 시작했다. (아기도 울어대고 정신도 없으니 귀를 막고 자시고 할 에너지가 부족했다고 핑계를 대본다.)
뭐든 처음이 힘들지 두 번, 세 번째는 아주 쉬운 법. 한번 방귀를 튼 나는 좀 더 과감해졌다. 이제는 방귀에 이어 트림까지 참지 않았다.
“여보 거어 어어 억 오늘 속이 거어어억 좀 안 좋네!”
“아오 정말 왜 내 얼굴에 대고 하는 거야.”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내가 트림이 나오는데 여보가 내 눈앞에 있어서 그런 거야.”
“아오 열무김치 냄새!”
남편은 내가 트림을 하면 꼭 먹지도 않은 열무김치 냄새가 난다며 놀렸다.
“흥. 열무김치 안 먹었거든!!!!”
“그래도 냄새나거든!!!”
그렇게 유치하게 장난치며 지내왔던 우리인데, 문득 남편이 나를 변했다고 말하니 나 자신을 한 번 돌아볼 계기가 된 거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사람이 하나도 변하지 않은 채 살기란 어렵겠지만 나도 불과 5년이란 시간 안에 상냥하고 방긋방긋하던 새색시에서 억척스러운 현실형 아주머니로 변해 있었다.
난 다시 신비함을 간직한 상냥한 여인이 될 수 있을까?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건 아닐까? 내가 만약 오늘 저녁 남편의 귀를 틀어막고 귀 막아를 외치면 남편은 날 신비롭게 바라볼까?
사랑이 변하냐고? 내 생각엔, 그렇다. 사랑은 변한다. 서로를 향한 마음의 깊이도 더 깊어지고 넓어지니까. 분명 이것도 변화는 변화다.
그런데 마음이 확장되는 만큼 표현이 따라주지 않는다. 아이러니다. 분명 난 남편을 5년 전보다 더 넓고 깊게 사랑하는데 그에 걸맞은 사랑의 표현이나 인정, 감사의 말은 더 줄었다. 왜일까?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했는데, 그동안 방금 빻은 찹쌀가루처럼 보들보들하고 고운 말을 더 많이 했는지, 아니면 빻다 만 고춧가루처럼 거칠고 톡 쏘는 말을 더 많이 했는지 한 번 생각해봐야겠다.
오늘은 나에게 나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